몬드리안의 명작, 75년 동안 거꾸로 전시됐다

입력 2022-10-29 16:00
독일 뒤셀도르프 주립미술관 K20 소속 큐레이터 수전 메이어뷰저가 몬드리안의 '뉴욕 시티 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네덜란드 추상화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의 작품이 75년 동안 여러 갤러리에서 거꾸로 전시돼온 것이 한 미술사학자에 의해 발견됐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뒤셀도르프 주립미술관 K20 소속 큐레이터 수전 메이어뷰저는 몬드리안의 1942년 작품인 ‘뉴욕 시티 Ⅰ’이 첫 전시부터 계속해서 거꾸로 전시돼 왔다고 주장했다.

‘뉴욕 시티 Ⅰ’은 1945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처음 전시됐으며, 1980년 뒤셀도르프 미술관으로 옮겨져 전시돼 왔다.

메이어뷰저는 연초에 이 작품을 포함한 전시를 기획했을 때 여러 자료를 살피며 이 같은 오류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여러 근거를 제시했는데,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 전시된 비슷한 무늬의 ‘뉴욕 시티’가 반대 방향으로 전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증거는 1944년 2월 몬드리안이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며칠 뒤 그의 아틀리에를 찾은 네덜란드의 한 스튜디오가 촬영한 사진이다. 해당 사진에는 이젤 위에 작품이 거꾸로 올려져 있다. 이 사진은 1944년 6월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 잡지 ‘타운 앤드 컨트리’에 게재됐다.

일각에서는 75년 전 뉴욕 현대미술관에 이 작품이 처음 전시될 당시 사진을 보면 현재와 같이 거꾸로 작품이 돼 있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이에 메이어뷰저는 “포장을 풀다가 뒤집힌 것 같다”고 현지 언론에 설명했다.

다만 메이어뷰저는 오류를 발견했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품의 방향을 바꾸면 작품이 파손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메이어뷰저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접착테이프가 이미 느슨하게 매달려 있어 지금 거꾸로 뒤집으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그것마저 작품의 일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몬드리안은 1872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으며,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현대 추상화, 미니멀리즘,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