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가 이 사업에서 민간사업자가 차지한 보통주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지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정영학 회계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남 변호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공판에서 정 회계사를 직접 증인신문하겠다고 나섰다.
남 변호사는 2015년 2월 또는 4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정 회계사와 자신이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날 김만배씨가 내게 ‘(사업 전체 지분 중) 25%만 받고 빠져라. 본인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얘기해서, 내가 반발하다가 25%를 수용한 것이 기억나지 않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말 자체도 전혀 기억이 안 나고, 주주명부도 보니 전혀 그런 기록이 없다”라며 “김만배씨가 50%를 가져가고, 주식 배분은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5월에 ‘너네들한테 50% 나눠줄게’라고 했던 것만 기억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이 사건 재판이 시작된 이후 남 변호사가 이 대표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남 변호사는 ‘이재명 시장 측’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가) 2015년 7월 17일 만든 지분 배분표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2~7호에 대해선 소유자와 지분 비율, 투자금액과 회수 금액 등이 다 적혀 있는데 1호에는 아무런 기재가 없었던 게 기억나냐”고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는 “잘 모르겠다”며 “화천대유가 다 갖고 있어서 안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민간사업자 중 가장 많은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증인이 아는 바로 천화동인 1호는 누구 것이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보면, 유동규씨도 일부 있고 김만배씨도 일부 있고 이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의 대선 출마를 앞두고 수익분배 경로 등을 고민한 정황도 공개됐다. 남 변호사 측은 정 회계사를 상대로 지난해 3월 정 회계사가 그의 부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제시했다.
이 녹취록에서 정 회계사는 부인과 대화하면서 “이재명이 그거(대선 출마) 하니까 다들 도망가는거야” 라고 했고, 부인은 “이재명이 그거하니 도망가는구나, 만배도 도망가면 되겠네..안되면 남욱이가 혼자 가는 거고”라고 말했다.
재판장이 이 대화의 의미를 묻자 정 회계사는 “이재명이 대선에 나온다고 하니까 다들 몸을 사리는 것”이라며 “김만배도 직접 (유동규에) 돈을 주지 않고 남욱 통해서 돈을 준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장은 “이재명이 대선에 나오는데 왜 몸을 사리느냐”라고 물었고, 정씨는 “걱정을 했었다.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