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한 제보자에 의해 알려진 대구의 동물원 동물학대 사건. 사육사를 시켜 병든 낙타의 사체를 해체해 다른 동물의 먹이로 주고, 실내에 고드름이 생기도록 동물원을 방치해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달 20일, 해당 동물원 대표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폐사된 낙타와 항상 붙어 지내던 낙타 햇님이는, 아직 동물원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이 사건을 팔로우업했습니다.
2021년 1월, 동물단체는 제보를 받고 대구의 한 동물원을 방문해 충격적인 상태를 확인합니다. 앞서 제보자가 방치된 동물원을 발견하고 약 1년간 사비로 동물들을 돌보다 도움을 요청한 거였습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협회 대표) “관리하는 직원은 전혀 없었고요. 충격적인 건 먹이 창고를 들여다봤는데 한 개도 없었어요. 당시 동물원에 원숭이랑 염소, 양, 낙타 등이 있었는데 사실 그 한 마리 수만 해도 거의 10여 마리... 무엇보다 겨울이다 보니까 물이 금방 금방 얼잖아요. 영양 상태나 바닥 상태, 위생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았죠.”
해당 동물원은 2020년 11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휴점해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였습니다. 이후 동물단체는 구조 과정에서 멸종위기종 불법 사육 정황도 확인해 그해 2월, 동물보호법과 동물원 관리법, 야생동물법 위반으로 동물원 대표를 고발했습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협회 대표) “원숭이 3마리가 있었는데 일본 원숭이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환경부에 등록을 하고 CITES(사이테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관련법에 맞는 사육 시설이나 공원에서 관리를 해야 되는데 저희가 확인해 본 결과 무허가예요.”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2020년 1월, 종양이 생긴 낙타를 수의사 출장비가 많이 든다는 등의 이유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뒤 사육사를 시켜 폐사한 낙타를 톱으로 토막내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동물원의 먹이로 제공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약 1년간의 수사 끝에, 지난 3월 동물원 대표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지난 9월 20일 1심에서 3가지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습니다. 동물원 운영자가 처벌 받은 첫 사례입니다.
하지만 폐사된 낙타와 같이 지내던 낙타 햇님이는 여전히 텅 빈 동물원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매입을 통해 낙타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동물원 측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 탓입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협회 대표) “저희가 당시에 사건이 터졌을 때 바로 매입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바람에 그때 당시에 아마 4천만 원 정도 부르더라고요. 저희가 그걸 계속 협상을 물밑 작업을 하고는 지금 있는 중이에요.”
낙타의 수명이 대략 20년인데, 햇님이는 이미 20살이 넘어 동물원 입장에서는 상품에 대한 가치가 떨어져 더 이상 전시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게 동물단체의 판단입니다.
대구시청에 낙타 햇님이의 상태를 묻자, 관계자는 해당 동물원의 사육사로부터 이틀에 한 번씩 급여 여부를 카톡으로 보고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상태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지자체에서 개인 소유의 낙타를 매입하거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 해당 동물원은 지난 9월 다시 개점할 예정이었다가, 연말까지 휴원을 연장한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행 동물원관리법에는 동물원 대표가 처벌받았다고 동물원 운영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현재 햇님이를 제외한 나머지 동물들은 모두 구조됐습니다. 사건이 알려진 작년 2월, 멸종위기종인 원숭이는 환경부가 마련한 쉼터로 옮겨졌고, 사건이 커지자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동물원으로 옮기거나, 체험형 동물원에 팔아넘긴 동물들은 동물단체가 다시 매입해 동물단체의 논산 쉼터로 옮겨졌습니다.
지난 9월 해당 동물원이 다시 문을 열 예정이었던 만큼, 동물원 대표가 최종 판결에서 혐의가 모두 인정돼도 또 다른 동물원을 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협회 대표) “해당 동물원은 현재 실제 대표 명의가 아니거든요. 동생의 명의를 빌려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사 이렇게 처벌을 받아서 등록이 취소가 된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지금 사례처럼 또 다른 자기 가족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또 동물원을 할 수 있으니까요.”
[팔로우업]은 이슈에서 멀어져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사건의 최신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보도됐었는데 현재 어떤 상황인지 궁금한 이슈가 있다면 구독하고 댓글로 남겨주세요. 우린 과거 이슈가 됐던 사건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서하연 인턴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