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비·장바구니 부담 덜기에 5000억원가량을 투입한다. 수입 연료·농축수산물 일부 품목 관세를 한시적으로 0%로 인하해 가격을 인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김장철과 관련해선 김장재료·돼지고기 등 할인쿠폰 171억원어치를 시중에 풀기로 했다. 국제 가스 가격 상승과 5%대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기획재정부는 10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품목에 적용한다고 28일 밝혔다. 할당관세란 수입 물품 관세율을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세율로 인하하는 제도다. 관세율이 떨어지면 국내 소매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재부는 이번 조치로 4820억원 정도 관세가 덜 걷힐 것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지원 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설명이다.
난방과 관련해선 0% 할당관세를 적용받던 액화천연가스(LNG)의 적용 시한을 올해 말에서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해당 조치에 따라 내년 1~3월에도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이 가구 당 1400원 인하되는 효과가 이어질 전망이다. 서민·취약계층 난방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와 LPG 원료로 쓰이는 원유 할당관세는 기존 2%에서 0%로 인하된다. 적용 시기는 LNG와 동일하다.
장바구니 품목 중에는 고등어와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에 신규로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10~30%인 현행 관세율을 올해 말까지 0%로 인하한다. 기존에 22% 관세율을 적용하던 명태도 관세율을 10%까지 낮추기로 했다. 적용 기한은 내년 2월까지다. 5개 품목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적게는 전년 대비 3.1%에서 많게는 18.5%까지 치솟은 점을 감안했다.
식품 원료 수급 조치도 취한다. 현재 관세율 0%인 계란·계란 가공품 할당관세 기한을 내년 6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최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적용 기간을 늘렸다. 사료 등에 쓰이는 옥수수 관세율도 3%에서 0%까지 낮춘다. 미국산 옥수수에서 기준치를 넘는 잔류 농약이 검출돼 수입이 중단된 점을 감안해 대체 수입선을 찾는 연말까지만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장철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171억원을 풀기로 했다. 할인쿠폰을 활용하면 소비자는 품목에 따라 1인 당 2만~3만원 한도 내에서 20~40% 할인된 가격에 김장재료를 살 수 있다. 김장재료는 아니지만 김치에 곁들이는 돼지고기와 굴도 할인행사 품목에 포함된다.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배추·정부 비축물량을 풀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보다 장바구니 부담을 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김장이 마무리되는 시기까지 수급 상황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