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돌 빼 아랫돌 괴기? 공공임대 vs 공공분양 우선순위는

입력 2022-10-29 06:00 수정 2022-10-29 06:00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공공임대를 줄이고 공공분양을 늘리면서 ‘내 집 마련’에 초점을 맞춘 정책 전환에 나섰다. 임대주택보다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자산 형성 측면에서 청년, 신혼부부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분양받을 처지가 안 되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정책 역시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공적임대주택 사업은 올해 대비 5조6000억원이 감액된 16조9000억원이 편성됐다. 공공분양 사업에는 1조3955억원이 편성됐는데, 올해 대비 1조793억원이 증액됐다. 청년원가주택 사업에 7866억원, 역세권 첫 집 사업에 2853억원이 신규 편성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내년 7만6000가구 등 5년 동안 공공분양주택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택이 자산 형성의 수단이 되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분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설정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정된 재원에서 임대냐 분양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면, 자산화할 수 있는 공공분양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에 오래 살다 보면 자립하기가 어렵고, 자산 마련도 분양주택에 비해 쉽지 않기 때문에 공공이 보증하는 분양주택이 바람직한 모델”이라며 “임대주택은 소득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잠시 거쳐 가는 중간 단계 역할을 해야 한다. 끝까지 임대주택에 붙들려 있다가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과 비교해 자산 불균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역시 “자산 확충을 위해서는 임대보다는 자산 축적을 위한 분양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임대는 생활비 절감 수준이기 때문에, 분양주택을 확대 공급하되 분양가 부담을 낮추는 식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전 국민의 80% 이상이 정부가 공급한 주택에 살고 있다. 토지 국유화 정책으로 가능한 정책이다. 주택을 분양받은 국민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저리로 장기 상환하고, 소득에 따라 주택구입지원금도 지원된다. 주택 정책의 목표가 ‘자가 소유’인 것이다.

다만 임대를 급격히 줄이는 식의 정책 변화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분양 중심 공급 계획만으로는 서민 주거가 안정되기 어렵다”며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공공분양을 받을 수 있는 계층과 공공임대에 들어가는 계층을 비교하면 임대에 들어가는 계층이 훨씬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질 좋고 입지 좋은 공공임대를 지속해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소득층 공공임대를 연 10만 가구씩 공급하고, 기존 공공임대 주택자가 분양 주택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