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울시향 사태’와 관련해 박현정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립교향악단 직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27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향 전·현직 직원 4명에게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며 비방의 목적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14년 박 대표의 폭언, 인사전횡, 성희롱 등을 비판하며 퇴진을 요구한 서울시향 직원들의 호소문이 “공적 단체인 서울시향과 그 단체의 대표로써 공인인 박현정의 운영방식에 대한 것”으로 박 전 대표를 비방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번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서울시향 전 직원 곽 모씨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시도 관련해 재판부는 주요 증인들의 주장이나 상황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는 것 그리고 박 전 대표의 주취 상태에 대해 증인들은 물론 자신도 엇갈리는 증언을 한 것 등을 들어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적시했다. 또한, 검찰이 단체 대화방을 통해 소위 ‘박현정 죽이기’를 위해 모의했다고 본 직원들의 대화, 직원 백 모씨와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부인 구순열 씨의 대화 역시 단순히 상황 해결을 위한 상의와 자료수집으로 판단했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직원들은 전화 통화에서 “재판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망만으로 8년이라는 힘든 시간을 견뎠다”면서도 “대중에 잘못 각인된 사건의 진실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막막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재 서울시향에 소속된 3명의 경우 서울시 의원의 지속적 요구 등으로 인해 지난해 7월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가 지난 7월 재판부가 서울시향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서울시향 사태는 지난 2014년 12월 전·현직 직원 17명이 박현정 당시 대표의 퇴진과 서울시향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언론에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박 대표가 남자 직원인 곽 씨를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호소문의 내용이 허위이며 그 배후에 정명훈 당시 서울시향 음악감독과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12월 말 박 대표의 사퇴를 전후로 서울시향 사태는 잇단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문제를 제기한 직원 중 10명이 박 전 대표를 정식 고소했으나, 경찰은 2016년 3월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음해하려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히려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서울고검은 2018년 박 전 대표가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서울시향 직원들에 대해 곽 씨만 기소하고, 나머지 9명에 대해선 호소문의 대부분이 허위가 아니고 공공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판단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항고로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고검은 전·현직 직원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곽 씨에게는 무고죄 혐의가 더해졌다.
이후 박 전 대표는 손가락으로 직원을 찔러 단순 폭행 혐의로 약식기소된 사건에 대해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반면 곽 씨는 2019년 11월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민사소송에선 박 전 대표에게 위자료 8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지난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곽 씨의 경우 박 전 대표의 행동을 추행으로 오해했을 가능성도 있어서 무고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지만, 박 전 대표에게 피해를 끼친 만큼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것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