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조용하게 이뤄졌다. 별도의 취임식 없이 직함 명칭만 바꿨다. 이미 삼성을 이끄는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해왔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떠들썩하게 취임하는 건 사회적 분위기와 동떨어진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결로 27일 회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취임 관련 행사를 하지 않았다. 이틀 전인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을 가진 뒤 삼성그룹 사장단을 만나 했던 발언을 정리해서 사내게시판에 올리는 걸로 취임 메시지를 대신했다.
재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1987년 12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가졌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2014년에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로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이미 그룹 전체를 대표하는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데, 별도 취임식을 하거나 메시지를 내는 게 더 어색하다”고 말했다.
확연해지는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등의 복합 위기를 감안했다는 풀이도 제기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성대한 취임식은 경제 활력이 떨어진 사회적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조용한 취임을 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