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학대해 죽인 남성이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에서 붙잡혔다. 2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던 범인은 불에 태우거나 끓는 물을 붓는 등 잔인한 방식으로 길고양이들을 죽였다. 그가 죽인 길고양이는 50마리. 흉기로 쓰였던 찜솥과 불판에는 고양이 털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범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과정을 모두 텔레그램 방에 공유했다. ‘자료방’이라 이름 붙은 이 방에서 총 6명이 이 모습을 지켜봤다. 머리가 잘리고, 산 채로 불태워지는 광경을 공유했다. 한 명이 검거되자 텔레그램을 떠나 세션이라는 메신저에 새로운 단체 채팅방을 개설했다. 이 단체방의 멤버 하나가 추가로 구속되자 단체방은 삭제됐다. 다른 구성원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2월에는 경북 포항에서 길고양이 16마리를 죽인 남성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폐양어장에 고양이를 가두고 해부나 폭행 등 엽기적인 학대를 저질렀다.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표적은 늘 길고양이였다. 길고양이는 소유주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쉽게 범죄의 대상이 된다. 캣맘의 영향으로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고양이는 더욱 쉽게 표적이 된다. 화성에서 검거된 범인은 고양이에게 밥을 줘 친해진 뒤 범행을 저질렀다.
고양이를 간접적으로 학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료에 부동액이나 감기약을 넣는 것이다. 고양이는 찻숟가락 하나 분량의 부동액으로도 생명을 잃는다. 감기약에 포함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역시 위험하다. 길고양이 사료에 타이레놀을 넣었다는 인증글도 인터넷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를 강력범죄의 징조로 여긴다. 동물학대범 중 상당수가 동물로 만족하지 못하고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학대범의 40%가 사람을 대상으로도 범죄를 저질렀다.
흉악범 중 동물 학대를 저지른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큰 개를 흉기로 찌르며 살인을 연습했다.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은 개농장을 운영하며 동물을 잔인하게 죽였다. 그는 “개를 많이 죽이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살인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역시 동물 학대를 저질렀다. 며칠 전 대전에서는 고양이를 죽이고 캣맘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있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이 행해졌다.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과거 벌금형에 그쳤다면 이제는 실형을 선고받는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의 법정 최고형은 3년이다. 하지만 법 집행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의자 4221명 중 정식 재판으로 넘겨진 경우는 122명으로 전체의 2.9%밖에 되지 않는다. 이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단 19명에 그친다.
지난해 9월 마포한강공원에서 한 남성이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협박을 일삼았다. 그 남성은 ‘민원 넣으면 캣맘도 가만두지 않겠다’, ‘흉기 구매 완료’, ‘어디 사는지 알고 있음’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지속적으로 부착했다. 결국 남성은 지문 감식을 통해 체포됐지만 그에게 내려진 처벌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에 불과했다.
‘도심 속 네 발’은 동물의 네 발, 인간의 발이 아닌 동물의 발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심 속에서 포착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유승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