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 낮아 높은 대출이자를 부담하는 이들에게 “신용 등급 점수를 올려주겠다”고 접근해 연 2000%의 고금리 대환대출(갚은 뒤 다시 받는 방식)을 유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미등록 대부업 사무실을 운영하며 1300억원을 불법으로 빌려주고 이자 명목으로 180억원을 취득한 일당 15명을 붙잡아 검찰에 넘겼다고 27일 밝혔다. 운영자 A씨(33)는 구속, 나머지는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이들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대출광고를 통해 피해자를 모집했다. 기존 고금리 채무를 가진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줘서 빚을 갚게 한 후 신용점수가 오르면 다른 금융기관에서 추가 대출을 받게 해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이른바 ‘통대환대출’을 유도했다. 이런 수법으로 소상공인 등 2300여명을 대상으로 연 최대 2000%에 달하는 이자를 매겨 180여억원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5월 고금리 대부업에 관한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과거 대부중개업을 했던 이들은 콜센터 직원 등을 모집해 대출광고를 전담하는 1차 콜센터와 대출 상담을 하는 2차 콜센터를 운영하며 조직적 범죄를 벌였다. 추적을 대비해 하부 직원들은 가명과 대포폰을 사용했고, 모든 대부 거래는 현금과 수표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구속된 A씨를 비롯해 상위관리자 3명의 소유 차량, 부동산, 예금 채권, 압수한 범행자금 등에 대해 추징보전을 신청해 36억원의 재산을 처분금지했다. 2020년 9월 경찰에 기소 전 추징보전 권한이 새롭게 부여된 이후 단일 불법사금융 사건으로는 최대 금액이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나머지 피해 금액도 추징해나갈 계획이다. 1차 콜센터에서 근무했던 직원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대환대출을 받으면 이득이 된다며 대출자들을 유인했으나 실제로는 대출 원금과 기간이 늘어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며 “특히 청년, 소상공인 등 금융취약계층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