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들이 중고차 수백대를 인수해 불법체류자에게 명의 이전 없이 넘겼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렇게 넘겨진 대포차는 범죄에 동원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포차를 판매한 총책 A씨(28)등 외국인 불법 차량 유통 일당 1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9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인 피의자들은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페이스북으로 차량 구매자를 모집했다. 명의이전 없이 넘기는 조건으로 1대당 300만~500만원을 받고 203대의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정상적인 중고 차량을 매입한 차량을 자신들의 명의로 수십대씩 등록했다. 이들에게 구매를 문의한 건 대부분 차량 명의를 등록할 수 없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다른 외국인들이었다. 중고차를 넘기는 과정에서 이들은 일반 중고거래보다 많은 이윤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거래된 차량들은 범죄에 연루되기도 했다. 경찰은 단속한 차량 중 뺑소니 사고 차량으로 등록되거나, 차량 절도 사건에 이용돼 차량 수배가 이뤄진 경우를 확인했다. 일부 차량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번호판을 바꿔치기하기도 했다.
단속된 대포차 203대는 모두 단속 당시 모두 자동차 손해보험에 미가입된 상태였으며, 교통법규 위반과 자동차세 미납, 정기심사 미필 등으로 다수의 과태료가 부과돼 있었다. 무려 134건의 과태료가 부과된 차량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국내 불법체류자에게서 대포차를 유통하는 외국인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집중 수사에 나선 끝에 조직원 대부분을 검거했다.
검거된 피의자 13명 중에서도 10명이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책인 A씨는 대포차량을 물색하고 판매처를 찾고, 나머지 일당은 차량을 구매·판매하는 유통책 등의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유통된 대포차 203대에 대해 관할 지자체에 운행정지 명령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 일당이 한 사람 명의로 수십대까지 차량 등록이 가능한 현행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개선할 방안에 대해서도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통된 대포차를 끝까지 추적하고 해당 차량의 운행자에 대한 단속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