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촛불을 들고 그 강력해 보이던 정권까지 끌어낸 위대한 국민이 아닙니까.”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야외계단. 마이크를 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호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을 믿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우자. 역사의 퇴행을 막자”고 외쳤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어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자리였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이 대표를 포함한 169명의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 전국 지역위원장 등 약 1200명(민주당 추산)이 운집했다. 이들은 ‘윤석열정권 검찰독재 규탄한다!’는 손팻말을 든 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 대표는 안보와 민생 위기를 언급했다.
그는 “경제와 민생이 파탄 지경”이라며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어처구니없는 김진태 강원지사의 헛발질, 그리고 정부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견실한 기업들까지 자금경색으로 부도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공동체 운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교, 안보, 한반도 평화 문제도 심각하다”면서 “무능과 무책임으로 외교 참사를 일으키고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서 강대강 대치를 하는 바람에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일부 정치검찰을 앞세워서 공안통치로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부를 공격하는 데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에 묻겠다. 국가 위기, 민생경제 위기보다 야당 말살을 위한 정쟁이 더욱 중요하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야당 탄압, 전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현 정부가 만들어낸 민생 참사, 국방 참사, 외교 참사, 경제 참사를 가릴 수 없다”며 “민생 파탄과 국가적 위기를 외면하고 국가 역량을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허비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으로 한심한 정권 아닙니까”라며 “선배·동료 의원, 당원 동지 여러분 함께 힘을 모아 저 정권의 폭력을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행사는 40여분간 이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 대표에 이어 투쟁 발언을 했고, 사회자인 박성준 의원은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검찰 독재와 공안 통치를 막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참석자와 일일 악수하며 인사했다.
이날 규탄대회 도중 경찰이 이 대표의 장남을 불법 도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행사를 마친 이 대표는 ‘장남이 도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떠났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