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정보활동, 국가 분열 시켜”… 강신명 1심서 실형

입력 2022-10-26 19:47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하고 반정부 인사들을 불법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국정운영을 보좌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진 (경찰의) 편향된 정보활동은 결국 최종적 정보수요자인 대통령을 이념의 틀에 가두어 국가와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정보활동에 대해서는 징역 1년 2개월을, 그외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거범죄의 경우 형을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20대 총선 당시 경찰청 차장이었던 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경찰청 정보국장이었던 A씨 등 함께 재판에 넘겨진 경찰 고위직 간부들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경찰로부터 정보를 받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선거 승리와 친박계(친박근혜계) 인물들의 다수 당선을 목표로 한 선거운동을 기획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렸다.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의 정보경찰 조직을 광범위하게 이용해 친박 후보 당선을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청와대에 지속적으로 보고한 혐의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당시 경찰청 정보국 정보2과 소속 계장과 분석관들에게 대구 지역 선거구 후보별 세평과 선거 동향, 전국 253개 전체 선거구의 후보자별 당선 가능성 등의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한 뒤 이를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현 전 정무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박 인사 60~70명의 당선 가능성을 분석한 ‘권역별 판세분석’ 보고서도 포함됐다.

이들은 2014년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 18대 대선 때도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들을 ‘좌파’로 규정하고 경찰관들에게 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찰을 지시하고 대책 마련을 주문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집하고 보고한 정보들은 새누리당과 친박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게획 수립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된 정황이 발견됐다”며 “이는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기획 참여 행위로서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과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정보국 정보2과 소속 경찰관들에게 경찰 직무수행의 한계를 넘어선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은 공직자 본분을 망각한 채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위법 행위를 해 그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가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범행에 참여했고, 범행에 따른 이익은 모두 특정 정치권력에 귀속된 만큼 궁극적 책임은 국가경찰 조직을 부당하게 이용한 정치권력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