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압색 직전 유동규에 “안좋은 마음 먹지말고…”

입력 2022-10-26 18:30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해 9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자택 압수수색 직전인 유 전 본부장에게 “안 좋은 마음 먹지 말고 통화하자”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 실장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유 전 본부장이 응하지 않자 남긴 메시지였다. 이후 두 사람은 ‘페이스타임’으로 7분여간 통화했으며, 휴대전화는 검찰이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창밖으로 내던져졌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지난해 유 전 본부장이 버렸던 휴대전화의 포렌식 내용을 다시 살피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최근 이 휴대전화와 관련해 새로운 내용을 말하면서 정 실장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 실장은 “통화 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임하라’고 당부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언론과 만나 “1주일도 안 된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XX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을 전후해 통화했던 이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조사할 방침이다. 포렌식 결과로는 메시지나 SNS 이용 통화의 흔적은 발견할 수 있지만, 음성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의 경우 압수수색 당일인 지난해 9월 29일 오전 5시6분쯤부터 3차례 유 전 본부장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오전 8시8분쯤부터 7분39초간 ‘마지막 통화’에 성공했다.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9월 24~28일 유 전 본부장과 페이스타임으로 6차례 연락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정민용 변호사,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도 각각 19차례, 17차례 통화하거나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에는 가족 단체방을 포함해 5개의 대화방이 개설돼 있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정 실장, 김 부원장 등이 모인 ‘정무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포렌식으로는 이 채팅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포렌식 자료는 지난해 11월 경기남부경찰청으로부터 검찰에 공유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내던져진 휴대전화 확보에 실패했고, 행인이 주워 보관하던 것을 경찰이 찾았었다.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에 휴대전화를 내던진 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들과 통화가 잦았던 일, 검찰이 확보에 실패한 일은 지난해 많은 의혹을 불렀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14일 수원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종전까지 쓰던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같은 기종의 휴대전화를 개통했었다. 이때 전화번호도 바꿨다. 대장동 의혹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오자 벌어진 일이었다. 유 전 본부장의 새 휴대전화에는 연락처가 10여명 정도만 저장됐다.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 해지·개통 때 동거녀 A씨와 동행했고 A씨도 휴대전화를 바꿨다. 유 전 본부장의 기존 휴대전화를 보관하던 A씨는 압수수색 당일 새벽 유 전 본부장을 찾아갔었다. A씨는 집으로 돌아와 유 전 본부장의 기존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던져 깨뜨렸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다. A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돼 있다. 검찰은 대장동 공판 증인으로 나온 A씨에게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7분여간 통화한 직후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진 일을 아느냐”며 휴대전화 폐기 이유를 물었지만, A씨는 증언을 거부했다.

이경원 이형민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