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와 ‘포레스텔라’ 고우림의 결혼식에서 고우림의 아버지인 고경수 목사가 6분 가량 축사를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고 목사는 축사를 통해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고 각자의 경험을 하나로 모으면 더 멋지고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러운 삶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상견례 때 김연아 부친이 했던 말이라며 “두 사람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준 것이니 더욱 겸손하고 더욱 착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이라고도 했다.
26일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공간에는 김연아 시아버지 고 목사의 결혼식 축사 영상이 공개됐다. 결혼식 참석자가 올린 영상으로 추정된다.
고 목사는 축사에서 “일평생 딸을 위해 가슴 졸이며 뒷바라지하고 또 눈물로 자신의 삶을 바치셨는데 아직 어리고 부족한 저희 아들에게 선뜻 따님을 허락해 주신 사돈어른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고 목사가 “두 사람의 결혼 발표 후 저의 호칭이 ‘우림이 아빠’에서 ‘연아 시아버지’가 됐다.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말하자 하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이름조차 부르기 아까운 국민의 딸, 아니 동서양의 모든 경계를 넘어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 여인을 며느리로 맞이하는 것이 말할 수 없는 큰 기쁨이요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한편 여왕님을 며느리로 맞이하는 것이 아들 부모로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여왕님을 며느리로 맞았다는 고 목사의 표현에 결혼식 하객들이 웃기도 했다.
그는 “두 사람이 각자 걸어왔던 삶의 경험들이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며 “어린 시절 가난을 경험했고, 또 실패의 아픔과 좌절도 느끼며 스스로 이겨나가는 지혜를 체험했다. 목표를 이루고 또 승리의 기쁨도 누렸지만 승리한 사람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자신들의 삶이 자신들의 의지와 노력만이 아닌 많은 분들의 도움과 협력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기에 앞으로 두 사람이 각자의 경험을 하나로 모으면 더 멋지고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러운 삶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 장미영 교수가 쓴 논문 ‘탈경계 인문학의 관점에서 본 김연아 신드롬’을 축사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시아버지가 며느리에 대한 논문을 읽고 축사를 준비하는 것도 참 희귀한 일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프랑스 배우 장 루이스 바롤트가 ‘배우와 운동선수는 몇 가지 경험을 공유하는데 초기에는 청중 앞에서 긴장감에 시달리지만 경력을 쌓아갈수록 관객의 힘을 오히려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는데 이용하게 된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고 목사는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에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며 “두 사람이 처음에는 이 가정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긴장할 수 있겠지만 이웃들과 함께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때 더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이웃들에게 더 큰 희망과 용기를 주는 완성된 가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과 이들이 이룰 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격려 해 달라”며 “너희들의 앞 이름의 뜻처럼 이 세상의 빛으로 태어나고 또 그렇게 살아줘서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축사를 마무리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