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더불어민주당의 ‘보이콧’으로 ‘반쪽’ 시정연설이 우려된다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시정연설은 헌법이 부여한 책무”라면서 “국민들 민생이 저렇게 어려운데, 예산을 어떻게 써서 희망을 드릴 수 있는지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게 행정부 수반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은 지난 22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 검찰에 구속된 뒤 여야 대치상황이 악화되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민주당의 시정연설 불참 기류도 감지됐던 시점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 끝까지 말릴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새 정부의 내년 본예산을 설명해야 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책무라며, 그 책무를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윤 대통령은 초지일관 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계속 ‘시정연설은 내가 해야 할 본분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인해 야당의 반발이 상당하니 한 총리가 윤 대통령 대신 시정연설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고 실제 이 방안이 검토됐다”며 “참모진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나름대로 지켜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시정연설을 직접 해야 한다는 대통령 입장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협조를 얻는 데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부의 장인 국회의장이 대통령을 맞아 예우하는 상황이 조성돼야 민주당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더라도 대통령의 ‘면’이 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진복 정무수석은 시정연설 하루 전날인 24일 김 의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보이콧 사태에 대한 우려를 교환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이 수석을 통해 ‘비속어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최종 수용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실은 또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시정연설 참여를 끝까지 설득해 상황이 반전되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끝까지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해 여당이 조율을 했고 우리는 막판까지 기다렸다”며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확정 발표가 조금 늦어진 이유는 설득 과정에서 민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는데, 결국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문동성 이상헌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