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옛 신양파크호텔, 생태호텔 백지화 논란 가열

입력 2022-10-26 11:36 수정 2022-10-26 14:51

광주시가 무등산 난개발을 막기 위해 시민 혈세로 사들인 옛 신양파크호텔의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선 8기 이후 생태시민호텔 건립 여부에 대한 찬반의견이 다시 엇갈리고 있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옛 신양파크호텔 공유화 사업 민·관·정 위원회’가 전날 제15차 회의를 열고 호텔 건물과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관·정 위원회는 무등산 생태계 보전을 위한 옛 신양파크호텔 시민 공유화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비공개 회의에서 상당수 위원들은 “40년이 넘어 낡은 호텔을 개·보수한다면 얼마나 견딜 수 있겠느냐”며 “건물을 철거한 뒤 생태자원 체험 정원이나 공원, 다목적 시민 공유공간을 만들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민선7기인 지난해 10월 369억원을 들여 호텔을 매입한 이후 논의된 생태시민호텔과 아시아아트플라자 조성사업은 개·보수 비용만 340억원이 추가되는 등 재정부담이 큰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민선 시장이 바뀌었다고 1년6개월동안 다각적으로 논의해온 생태시민호텔 건립 방안을 갑자기 백지화할 수는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그동안 다수의 의견을 결집해온 활용계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광주시 주무부서가 철거 또는 존치의 필요성을 먼저 꼼꼼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지금까지 14차례 위원회 전체회의와 40여차례의 소의회를 통해 잠정 합의에 이른 생태시민공원 조성방안을 순식간에 폐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민·관·정위원회는 이에 따라 재정 최소화, 시민 열린공간 제공, 생태 보전 등 3대 원칙에 적합한 개발 모델을 찾아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2일 전체 회의를 다시 열어 생태·체험·문화의 복합 공간이 될 광주만의 독자적 활용방안을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광주 시민·사회단체 사이에서는 광주의 상징성을 담은 대형 ‘시티타워’를 랜드마크로 건립하거나 향후 무등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데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기된 상황이다.

무등산 자락 장원봉 인근 1만5682㎡ 부지에 1981년 3성급 호텔로 문을 연 신양파크호텔은 2019년 말 수익성이 악화돼 운영을 중단했다. 광주시는 호텔부지를 포함한 이 일대에 80여 세대의 고급빌라를 짓는 민간사업이 추진되자 시민·사회단체 등과 협의한 끝에 민·관·정 위원회를 꾸리고 이를 사들였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호텔부지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잘 알지만 활용도에 비해 사업비가 많이 들면 시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며 “민·관·정 위원회와 함께 합리적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