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딩크’ 박항서 “1년 버티자 했는데 5년… 韓감독 생각 없어”

입력 2022-10-26 11:35
사진=연합뉴스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 박항서 감독이 “미래는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한국에서의 감독 생활에 대해선 “전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 축구영웅 박항서 감독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제가 해야할 일이 많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을 떠난 지 5년이 지났고 저보다 훌륭한 축구인들, 후배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 감독직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축구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헌신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는 지난 17일 “내년 1월 31일 만료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의 5년여 동행도 마무리한다.

베트남 축구 역사는 박 감독 부임을 전후로 격변한다. 축구 변방으로 불리던 베트남은 2017년 10월 박 감독 부임 후 23세 이하 아시안컵 우승,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동남아시아게임 2연패,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등 굵직한 역사를 썼다.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부임 전까지 베트남을 잘 몰랐다”며 “외국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영진 코치와 동행하면서 ‘우리 1년만 버티고 오자’ 했는데 벌써 5년이 지났다”며 소회를 밝혔다.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지금이 적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대표팀도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잠시 멈춰 뒤돌아볼 좋은 시기”라며 “선수들도 저와 너무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동기부여 부분에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된 게 없다”며 “축구밖에 모르기 때문에 축구 일에는 분명 종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정부 지도단에서 유소년 축구를 위한 일을 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제안이 온다면 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른 지역에서 새 감독 제의가 온다면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에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