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 “지시와 무관”… ‘김문기 유족’ 녹취엔 “의논했다”

입력 2022-10-26 05:16 수정 2022-10-26 10:2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5년 성남시장 당시 해외 출장 중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내부 인사가 지난 2월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유족을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대표 측이 “이 대표 지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의논을 하고 왔다”는 이 대표 측 인사의 발언이 담긴 녹취 파일이 나왔다. 이 녹취에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이름도 거론됐다.

25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 측 캠프 인사 A씨는 지난 2월 2일 김 전 처장 유족과 만나 이 대표 측근을 대신해서 나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A씨는 유족과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면서 당시 이 대표의 대선 캠프 측과 사전에 상의하고 나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과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이 대표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화면 캡처

이날 이 대표 측은 지난 2월 당시 캠프 인사 A씨가 김 전 처장 유족을 만난 것에 대해 이 대표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해당 인사는 캠프 외곽인물”이라면서도 “유족을 만난 건 이 대표 지시와 무관하고 왜 거기 갔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처장 유족 측이 공개한 녹취에는 이와 상반되는 A씨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대화 녹취에 따르면 유족 측이 “왜 사장님이에요? 연락을 주신 게?”라고 묻자 A씨는 “신문에 거론되는 소위 말하는 (이재명)성남시장 때 친구들이 소위 말하는 언론의 타깃(이 된 상황이라) 도지사 시절 같았으면 당연히 그 친구들이 알아보고 소통하고 그랬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해서”라고 말했다.

채널A 화면 캡처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측근인 정 실장의 이름도 나왔다. A씨는 정 실장을 언급할 때 ‘진상이’라고 편하게 언급했다. 그는 유족에게 “제가 자처 아닌 자처를”이라며 “이런 결과에 대해 진심을 듣고 진심을 전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을 해서 언론에 나오는 (정)진상이나 이런 친구들이 너무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제가. 여의도에 별로 사람이 없다”고 직접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이 대표 측 캠프와 미리 논의하고 나온 것이란 취지의 발언도 이어졌다. 김 전 처장 유족이 “제가 받아들이기는 캠프 대표로 오신 것처럼 받아들여진다”고 하자 A씨는 “뭐 의논을 하고 왔고요”라며 “개인적으로 했다고 하면 시간 낭비고 만날 필요도 없는 것이고”라고 말했다.

채널A 화면 캡처

앞서 공개된 유족 측 녹취에서 A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에 대해 “갑자기 누가 확 들이대면 그냥 깜빡 차에 타서 블랙아웃 되고, 그럴 경우에는 모른다고 일단 대답을 하는데”라고 대답했다. 유족 측이 “모른다고도 안 했잖나.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고 하자 A씨는 “그냥 원론적인 답변이지. 돌아와서 보니까 미안하다”고 했다.

대화 과정에서 A씨는 “(이 대표를) 도와줄 마음이 전혀 안 생기는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화 이후 이 대표 측의 추가 연락이 없자 유족은 결국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밀접한 관계라는 사진과 동영상, 연락처 파일 등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대선 당시 “성남시장 시절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지 못한다”고 말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