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계속 오르는데…정부 ‘배달비 공시제’ 실효성 논란

입력 2022-10-26 06:00 수정 2022-10-26 06:00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배달비 안정을 목표로 도입한 ‘배달비 공시제’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행 8개월이 지났지만 배달비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부과되는 배달비를 외식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지난 2월부터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해왔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플랫폼 간 배달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가 배달비를 조사하고, 매달 그 결과를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배달비 조사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거나 적은 2개 동을 선정해 이뤄진다. 점심시간을 기준으로 각 동의 특정 주소지에서 음식을 주문할 경우 플랫폼별 배달비와 거리별 할증요금, 최소주문액 등을 집계하고 있다.

다만 배달 방식과 거리, 시간대 등에 따라 배달비가 수시로 바뀌는데 배달비 공시제가 이런 부분까지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소비자가 앱을 통해 배달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배달비는 배달 플랫폼이 아닌 음식점 주인이 정하기에 정부 조사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배달비 공시제 시행 이후에도 배달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 들면서 배달 특수가 한풀 꺾였지만 배달비는 여전히 상승 추세다.

소단협의 지난 8월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음식점 1336개(중복 포함) 가운데 378개(28%) 음식점이 배달비를 6월 대비 평균 887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주말·기상악화 때 비용이 추가될 경우 배달비가 7000~8000원에 달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배달하는 배달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 앞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배달 업계에선 배달 특수 완화에 따른 플랫폼 업체들의 광고 확대가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최근 식자재 등 가격 상승이 배달비로 전가되고 있는 것도 배달비 고공 행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배달비를 낮추려면 근본적으로 배달원이 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요 배달 업체의 월 주문 건수는 최근 1억건을 돌파했는데, 전국의 배달원 숫자는 45만명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단건 배달(배달원 1명이 1개의 주문만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앱이 늘어나는 것도 인력 부족 문제를 야기한 요인으로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배달 수요는 증가했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고물가 상황이 겹치면서 배달비가 올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정부가 배달비 공시제 대신 배달 기사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내년부터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통계에서 ‘배달비’가 따로 작성돼 공표되는 만큼,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배달비 인상의 주요 원인인 배달 업계의 공급 부족 현상은 노동 시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