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종료를 선언한 유제품 제조기업인 ‘푸르밀’에 원유(原乳)를 공급해 온 낙농가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25일 집단행동에 나섰다.
농민 약 50명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상복을 입은 채로 집회를 열고 “독단 폐업 푸르밀을 규탄한다. 낙농가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회사 측 요청에 따라 푸르밀과 직접 공급을 체결해 1979년부터 40년 이상 푸르밀에만 원유를 공급해 왔다. 그러다 푸르밀이 다음 달 30일자로 영업 종료를 통보하면서 공급처를 잃게 된 것이다.
이들이 푸르밀에 공급하는 원유의 양은 연간 4만t 규모다. 이 원유는 푸르밀이 폐업하게 되면 수요처가 사라진다. 출산율 감소 여파로 국내 우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다른 중소 유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갑작스레 다른 수요처를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사실상 버려지는 원유가 되는 것이다.
이상욱 임실군 낙농육우협회장은 “푸르밀은 각 농가에 대한 기준 원유량을 시가로 인수하고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라”며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목숨 걸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하기 위해 20여개 농가가 낸 빚이 총 120억원을 넘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40여년간 함께한 푸르밀로부터 원유공급 해지 내용증명을 받은 뒤 푸르밀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어떤 답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낙농가로선 막막하고 답답한 현실”이라며 푸르밀 경영진을 향해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농민은 사업종료에 항의하며 우유갑을 투척하기도 했다. 아침 일찍 전북 임실군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악덕기업 푸르밀 대표 신동환은 각성하라’ ‘신동환은 기존 원유량을 인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농민 대표들은 오태한 푸르밀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으나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종합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농민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구체적으로 “지금 수요가 생기는 (원유는) 가공용”이라며 “해당 농가가 그쪽으로 전환하겠다면 내년 낙농제도 개편에 맞춰 시범 사례로 삼아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싶다. 만일 지금처럼 (음용) 흰 우유를 생산하려고 한다면 다른 업체와 연결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