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레고랜드 부도발 금융불안 끝 어딜지 몰라” 경고

입력 2022-10-26 00:12 수정 2022-10-26 09:58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9월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시킨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이 불안의 끝이 어딜지 우리는 모른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진태 강원지사의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 신청 발언을 직격한 데 이어 이번 사태가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는 그해 1월 한보그룹 부도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엔 아무도 엄청난 위기가 곧 닥칠 것을 알지 못했다”면서 “레고랜드 부도가 촉발한 금융 불안의 끝이 어디일지 우리는 모른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어 “(정부가 마련한) 50조원의 긴급 유동성 대책으로 화재가 진압된다면 천만다행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금융과 실물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정부, 한국은행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악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금리와 불황은 대량 부도와 대량 실업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IMF 위기 때 겪었던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을 차려야 산다. 어려울 때일수록 경제원칙을 지켜야 한다”라며 “모두를 다 살릴 수는 없다. 옥석을 가려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과 금융의 도산 사태가 임박했을 때 누구를 살릴지 기준과 수단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는 “돌이켜보면 IMF 위기 때 달러를 빌려준 IMF,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의 강요로 기업, 금융, 노동의 구조조정이 지나치게 가혹했던 측면이 있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런 후회를 다시 하지 않도록 이번 위기는 우리 정부 주도하에 극복하기를 바란다”라며 “bailout(긴급구제)이냐, workout(구조조정)이냐, 금리를 인상하되 유동성 공급을 어디에 얼마나 할 거냐, 구조조정으로 퇴출당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거냐, 대통령과 정부가 당장 대비책을 세워둬야 할 문제들”이라고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딴 경제학자로, 정계 입문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으로 있다 IMF 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에도 “빚보증은 조심해야 한다”면서 “‘법원에 GJC의 회생을 신청하겠다’는 강원지사의 말 한마디에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금융시장에 공포가 덮쳤다”라며 김 지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강원도 전체가 파산하지 않는 한, 강원도는 GJC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05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며 “‘레고랜드만 부도내고 강원도는 무사한 방법’은 애당초 없다. 지방 정부의 꼬리자르기식 회생 신청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강원도교육청 제공

앞서 김 지사는 지난달 28일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 지급 보증을 철회한다는 김 지사의 언급 여파로 채권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는 등 자금 시장에 대혼란이 벌어졌다.

정부는 이를 진화시키기 위해 지난 23일 ‘50조원 플러스알파’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을 긴급 발표했고, 금융 당국은 사태를 주시하며 PF 대출에 대한 전방위 점검과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