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후쿠시마 이웃 아냐”… 황당 논리 편 도쿄전력

입력 2022-10-25 18:27

부산의 환경단체가 제기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금지’ 소송에서 일본 도쿄전력이 “부산 아파트에 사는 원고들과 후쿠시마는 이웃해있지 않다”는 주장을 한국 법원에 냈다. 부산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도쿄전력이 이번 소송에서 정식으로 의견서를 낸 건 처음이다. 이에 원고 측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반박 서면을 준비 중이다.

도쿄전력 측은 국내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지난 19일 부산지법에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앞서 부산 환경운동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부산 앞바다 먹거리에 영향을 미쳐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간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냈다.

준비서면에서 도쿄전력 측은 부산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지점 사이에 ‘이웃’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원고 측은 매연·소음 등으로 이웃의 토지 사용을 방해하거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규정한 민법 제217조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원고들이) 부산 앞바다와 전혀 접해 있지 않은 일본 열도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로 인해 생활에 고통을 받는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바다를 통해 서로 이웃하고 있다는 논리라면 이 세상 어느 땅, 어느 부지도 서로 이웃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또 원고들이 부산 내륙 아파트에 산다는 점도 거론했다. 도쿄전력은 “원고 중 아파트 20층, 24층에 거주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까지 바다를 통해 후쿠시마와 이웃한다고 평가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국제재판관할권 문제도 다뤄졌다. 피고인 도쿄전력, 분쟁사안인 ‘오염수 방류’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없다는 논지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처리수(오염수) 방출의 원인은 약 11년 전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였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 또는 부산시가 문제된 경우는 전혀 없다”며 “방출 관련 모든 설비, 소송의 증거가 되는 서류도 일본에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이 소송 제기 1년 6개월 만에 정식 서면을 제출하면서 쟁점인 재판관할, 민법 217조를 둘러싼 공방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 서은경 변호사는 25일 “재판 관할과 민법 217조에 대한 주장 모두 반박할 예정”이라며 “국제재판관할의 경우 피고의 주소지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고 민법 217조의 이웃 개념 역시 도쿄전력의 주장대로만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차 변론기일은 26일로 예정돼 있지만 재판 직전 도쿄전력 측 서면이 접수돼 당일 재판은 공전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월에도 도쿄전력이 세 문장짜리 답변서만 제출해 심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도쿄전력은 이번 준비서면에서 방류 목표 시점을 ‘2023년 봄’이라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