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차관, 강제징용 해법 논의…日기업 배상 참여 등 요구한 듯

입력 2022-10-25 18:09
조현동 외교부 1차관(오른쪽)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5일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한미 외교차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조 차관은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았다. 연합뉴스

한·일 외교차관이 2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 참석차 이날 도쿄를 찾은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3국 협의회에 앞서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을 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한국 기업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금을 내고, 이 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해결 방안으로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 측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와는 거리가 있다. 피해자 측이 요구한 ‘일본 측의 사죄’에 대해서도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조 차관은 회담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피해자의 동의를 얻으려면 일본 기업의 배상금 갹출과 사죄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차관은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태도가 이번 정부 들어서 긍정적이지만, 당장 피해자가 원하는 만큼 일본의 호응이 있다고는 말씀드리기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재단을 통해 배상하는 방식에 관해서도 “하나의 옵션이지 정해진 것은 없다”며 “추가로 어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는 조금 더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연로하다는 점,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확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가능한 연내에 해법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담에선 한·일 정상회담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조 차관은 “11월 아세안 등 정상회담이 있는데 그 계기에 고위급 접촉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잇달아 열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뉴욕 회동에 이어 다시 만날지 주목된다.

이날 조 차관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도 회담을 갖고 북한 핵·미사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조 차관은 셔먼 부장관에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의 해결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열리는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선 북한 핵실험 가능성과 제재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