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 기업 회생 절차를 계속 추진하는 데 대해 금융권에서는 의아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도개발공사가 법정 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이번 채무 2050억원은 한 푼도 줄일 수 없는 데다 강원도가 자체 자금으로 상환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을 요동치게 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실익 적은 회생 카드를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김 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중도개발공사 보증 채무를 갚기 위해 (해당 상환액을) 예산안에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채무는 내년 1월 29일까지 반드시 이행하겠다”면서 “도의 채무 이행은 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과 별개다. 회생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도개발공사가 회생 절차를 밟더라도 강원도가 갚아야 할 빚은 줄지 않는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레고랜드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면서 담당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와 발행사 BNK투자증권이 주고받은 합의서에는 “회생이나 파산 등으로 채무가 줄더라도 지급 보증을 선 지방자치단체는 대출 원금을 전액 상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2050억원은 강원도 자체 자금으로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 2020년 결산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강원도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3541억원, 이른 시일 내 현금화 가능한 단기 금융 상품을 7804억원어치 각각 보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승인을 얻어 지방채를 발행해 돈을 직접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결국 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절차를 밟는 데 강원도의 실익이 적다는 평가가 금융권 주류다. 만약 중도개발공사에 다른 빚이 많아 자본이 잠식된 상태라면 법정 관리행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도개발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2713억원)이 부채(2587억원)보다 126억원 많은 상태다. 김 지사 말대로 앞으로 강원도 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도 채권 시장 ‘돈맥경화’를 일으킬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금융권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차기 대권을 바라보고 무리수를 두다 실책을 저질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0년 7월 판교 택지 개발 사업 관련 정산금 5200억원에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을 선언했던 것과 닮았다는 평가다. 당시 이 대표가 성남시를 빚잔치 여파에서 성공적으로 끌어낸 것은 이후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는 데 실제로 큰 도움이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업이 전적으로 최 전 지사 몫이었다는 점부터 강원도에 빚을 상환할 여력이 있다는 점까지 성남시 모라토리엄 사태와 비슷하다”면서 “금리가 올라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 ‘상환을 잠시 미루겠다’(모라토리엄)가 아니라 ‘채무를 불이행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는 “자체 감사 결과 중도개발공사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로 내년 말 파산이 예정된 상태였다. 단순히 부채를 탕감하는 것이 아니라 회생 절차를 밟아 중도개발공사 자산을 매각해야 2050억원 채무를 변제하는 데 쓴 도민 혈세를 회수할 수 있다”면서 “회생 추진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