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민주당 지도부는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민생을 앞세우면서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투 트랙’ 전략이었는데, 이제는 투쟁에 더 힘을 싣는 기조로 전환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최근 당의 검찰 대응 기조를 놓고 고민이 많다”며 “검찰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지금 정도의 대응 수준을 유지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러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는 이 대표가 민생에 주력했는데 검찰이 최측근을 체포하고 출국금지를 하는 마당에 민생만 얘기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공개 발언의 비중을 민생·경제보다 대여 투쟁에 더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사 관련 반박 메시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언론에 내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 대표 특유의 ‘파이터 본능’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기 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는 정부·여당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며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수사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장외 집회를 직접 열어 정부와 검찰 규탄에 나서는 선택지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주최 집회에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지금의 방식보다 강경한 방안이다.
다만 현재로선 민주당 지도부가 예산안 심사 등 국회 의사일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장외 투쟁에 주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생을 도외시한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고, 검찰이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라는 부담 없이 이 대표 체포를 시도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문희상·이해찬·정동영 등 민주당 상임고문단은 이날 이 대표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등을 두고 “검찰 독재, 공안 통치”라고 비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고문들 사이에선 “정부가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집권 초기에 민주당을 궤멸시켜 정치 지형을 재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고문들은 “다수당의 가장 큰 장점은 국회 권력이므로 원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민주당이 장외로 모두 뛰쳐나가면 정부·여당의 뜻대로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장외 투쟁과 원내 투쟁을 병행하라는 조언이다.
이해찬 고문은 당내 일각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위기 땐 당내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각 의원은 당내 분열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메시지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