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권만 더 쓰고 답사기 마무리”… 서울편 완간한 유홍준

입력 2022-10-25 15:50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이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 완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비 제공

유홍준(73)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의 인기 답사 시리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1권과 12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11권은 ‘사대문 안동네’를 다룬 서울편 3권이고, 12권은 ‘강북과 강남’을 다룬 서울편 4권이다. 이로써 서울 답사기가 총 네 권으로 마무리됐다.

유홍준은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사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생활 공간을 다뤘기 때문에 문화유산 답사라고 할 수는 없다. 여태까지 썼던 답사기와는 다른 구성이 됐다”면서 “박태원이 소설 ‘천변풍경’을 쓰면서 고현학이란 방법을 사용했는데, 고고학이 아니라 고현학의 입장이라면 서울 묵은 동네에 대한 나의 기억과 서술이 그 나름의 의의를 지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된 서울편 3권에는 ‘내 고향 서울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유홍준이 나고 자란 서촌과 그가 미술 공부를 하며 제집처럼 드나들던 인사동을 비롯해 북촌,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을 짚어간다. 4권은 한양도성 밖 성북동과 망우리를 깊게 들여다보며 선정릉, 봉은사, 가양동을 포함했다.

유홍준은 “나는 창성동에서 태어나 대학교까지 거기서 다 다녔다. 서촌 일대는 눈 감고 다닐 수 있는 곳이다”라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이렇게 변해서 왔구나, 그런 걸 후세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또 “내가 67학번인데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인사동이 변해가는 모습을 다 지켜봤다. 60년대 고서점가의 풍경이며, 70년대 고미술상이 퍼지고 후반에 화랑들이 죽순같이 태어나는 과정, 80년대 민중미술의 현장 등을 서술했다”면서 “한국 문화의 형성 과정에 대한 기록, 증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악산을 다룬 장에서는 청와대의 역사도 깊게 들여다본다. 유홍준은 청와대 개방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개방한 것은 참 좋은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개방할 적에 준비를 하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일단 개방하고 나서 어떻게 뒷수습을 할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에 가장 좋은 것은 건축가들의 컴피티션(공모)을 여는 것이다. 그것도 국제적으로”라며 “뛰어난 건축가 중심으로 컴피티션을 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청와대 활용방안을) 만들어야지, 이걸 그냥 높은 사람 아이디어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1993년 국내편 1권 ‘강진·해남 외-남도답사 일번지’로 시작됐다. 내년이면 30년이 된다. 그동안 국내편 12권 외에 일본편 5권, 중국편 3권까지 총 20권이 출간됐다. 유홍준은 꼭 들어가야 했는데 빠진 곳들을 찾아가는 국토박물관 순례 형식으로 두세 권 더 쓰고 국내편을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