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본인 차량에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달고 다녔더라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이용 등 혜택을 본 게 아니라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문서 부정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장애인이 아닌 A씨는 2020년 5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면서 보호자용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차량 전면에 부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장애인인 모친 때문에 2014년 이 표지를 발급받아 사용해왔다가 2019년 이사하면서 모친과 주소지가 달라져 표지의 효력도 사라지게 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의 공문서 부정행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효력이 상실됐다 해도 사용 권한이 없는 A씨가 표지를 차량에 부착함으로써 장애인이 사용하는 차량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등 장애인 차량에 대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단순히 장애인 사용 자동차 표지를 비치했더라도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문서 부정행사죄의 처벌 범위를 합리적인 범위 내로 제한한 것”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