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메신저 및 그와 연계된 각종 서비스가 먹통이 된 사태에 관한 공방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전화통신 과금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앱으로 등장한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2022년 현재 메신저는 물론이고 금융, 유통, 교통, 문화를 망라하는 산업 전반의 플랫폼서비스로 진화해 전 국민의 삶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작년 8월 기준,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의 카카오톡 시장점유율은 87%라고 하니 그야말로 ‘국민메신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이번 대대적 먹통 사태의 핵심 원인이 그러한 독과점적 지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각종 규제를 도입해 시장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거대 플랫폼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경쟁제한적이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한다면 엄중히 규제해야 마땅하다. 자사우대, 입점업체에 대한 차별취급, 경제력집중을 위한 M&A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단순히 독과점적 지위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규제는 플랫폼사업생태계의 속성을 간과해 소비자후생을 저해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플랫폼사업모델은 본질적으로 독점을 지향한다. 플랫폼사업의 성공은 시장의 독과점을 필요충분조건으로 하는 것이다. 양면시장인 플랫폼의 경제적 효용은 플랫폼 그 자체보다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각 고객집단의 규모와 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래량(트래픽)에서 발생한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도 고객집단이 큰 플랫폼일수록 효용가치가 크기 때문에(네트워크 효과) 이용자가 많은 소수의 플랫폼에 트래픽이 집중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플랫폼 이용자들이 멀티호밍(multi-homing: 유사한 기능을 가진 여러 개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도 위와 같은 집중을 강화시킨다.
이번 사태로 일부 이용자들이 라인, 텔레그램 등 대체서비스로 이탈했다고는 하지만, 관련시장에서 사업자간 실질적 경쟁구도가 생성되기 힘든 이유다. 이처럼 초기에 혁신을 이룩해 시장을 장악한 소수의 독과점 플랫폼은 이용자의 락인(lock-in)효과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쉽게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한편, 플랫폼사업자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집단이 플랫폼을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새로운 이용자를 끊임없이 유입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제학적으로 이를 교차보조(cross subsidization)라고 한다. 교차보조란 한 사업부문에서 지출할 돈을 다른 사업부문에서 충당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집단을 묶어 두고 수익창출은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이다.
카카오는 무료메신저 서비스라는 강력한 교차보조 수단으로 전국민에 가까운 고객집단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새로운 교차보조 수단을 개발하려는 플랫폼사업자의 혁신활동과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은 부가통신서비스망의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물의 데이터가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는 디지털 초연결사회에서 부가통신서비스는 사실상 국가기간통신망과 같은 기능을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카카오톡은 전화통신에 버금가거나 때로는 능가하는 통신수단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카카오 대란은 민간의 부가통신서비스 장애가 단순한 일상의 불편을 넘어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윤석열 대통령도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입장에서 국가기간 통신망과 다름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카카오 측의 해명처럼, 화재로 인해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비가 불가능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부가통신서비스에서 핵심적 기능을 하는 데이터센터 등에 대해서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수준의 재난상황 대응체계가 의무화돼야 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 하고는 있지만, 이는 자율적 영역에 해당돼 구체적인 관리나 감독이 뒤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부가통신서비스가 국민의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을 고려하면 해당영역에 대한 자율규제방침은 부적절하다. 즉, 데이터센터 등의 운영방식이나 백업시스템, 인프라 투자 수준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재난 대응체계에 관한 국가적 차원의 검증이 제도화 돼야 하는 것이다.
국회는 사건발생 직후 관련 법안을 세 건이나 발의했고, 최태원 SK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심시지침을 연말까지 제정하고, M&A관련 심사기준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발 빠른 대응은 환영하지만 국민적 분노에 편승한 표적규제로 초연결시대의 필수재인 플랫폼비즈니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경계한다. 금번 사태의 철저한 원인조사를 하고 재발방지, 보상 대책을 마련하되,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경쟁법적 규제는 철저한 경제분석을 기초로 해 혁신의 유인과 경쟁이 병존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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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