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하자는 사람이 범인”… 與, 이재명 발언 되치기

입력 2022-10-25 04:55 수정 2022-10-25 10:1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을 향해 "특검을 빙자해서 수사 회피, 수사 지연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채널A 화면 캡처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 발언을 소환해 이 대표 ‘되치기’에 나섰다. “특검하자는 사람이 범인” “특검 수사하면서 시간을 끌자는 건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라는 등의 이 대표 발언을 끌어와 역공을 퍼부은 것이다. 이에 이 대표 측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바로 범인”이라고 했던 국민의힘의 과거 발언을 끌어와 응수했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감사원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여럿 가져와 공세에 나섰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정권 교체 후에 이재명 현 당대표가 페이스북에 쓴 글”이라며 이 대표의 과거 SNS 글을 꺼냈다.

유 의원이 언급한 글에서 이 대표는 “도둑을 잡는 건 보복이 아니라 정의일 뿐. 정치보복이라며 죄짓고도 책임 안 지려는 얕은 수법 이젠 안 통한다”고 적었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의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식 과거사 들추기”라 지적하자 이 대표가 곧바로 비판한 내용이었다.

채널A 화면 캡처

유 의원은 “이렇게 훌륭한 어록을 남긴 이 대표께서 방탄 3종 세트를 완성하려 한다”며 “(방탄 배지·방탄 당대표 출마에 이어) 국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의원을 앞세워 방탄 특검을 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9월 대선 경선 무렵 ‘대장동 의혹 특검’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을 끌자고요? 역시 많이 해봤던 적폐세력들의 수법”이라고 말했던 내용도 소환됐다. 이는 유 의원이 튼 영상에서 나왔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이 이른바 ‘화천대유 특검’을 요구하자 이 대표가 낸 반론이었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특검’을 주장하는 이 대표를 겨냥해 유 의원은 “대장동이란 동일한 사건에 대해 여당의 이재명 대표와 야당의 이재명 대표가 이렇게 바뀐다”고 꼬집었다.

채널A 화면 캡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취지로 이 대표를 저격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가 맞는 말을 했다”며 비꼬았다.

그는 “이 대표가 ‘특검하자는 사람이 범인이다’ ‘특검수사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 적폐세력의 수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꼭 여기에 해당하는 케이스”라며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든지, 검찰 수사에 문제가 크게 드러났을 때 특검 도입이 논의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 측 공세에 이 대표는 같은 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드디어 거부하는 세력이 나타난 것 같다”며 “작년에도 저는 분명 특검하자고 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것, 저것 빼자’고 조건을 붙여 실질적으로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앞에서는 찬성하는 척하며 뒤로는 반대하고, 상대방이 반대했다고 덮어씌우는 국민의힘, 이번에는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논란, 부담스러우면 빼도 좋다. ‘김건희 특검’과도 관계없다”며 “1년 넘게 정쟁으로 지속된 대장동 사건, 특검에 맡기고 민생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