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의리하면 ‘장비’였는데, 사람이 제일 무서워”

입력 2022-10-24 18:17 수정 2022-10-24 18:34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감옥 안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며 심경 변화 이유를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 공판 휴정 시간에 취재진과 만나 “1년을 참아왔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구속기소 됐다가 1년 만인 지난 20일 구속기한 만료로 출소했다. 그는 출소 후 이 대표 측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벌 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며 대장동 사업에서 이 대표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서는 “(나랑)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고 지적했다.

또 “10년간 쌓인 게 너무나 많다.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1심 속행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은 이 같은 심경 변화의 배경에 대해 “나와 보니까 깨달은 것이 많았다. (그들을) 진짜 형들인 줄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의리’하면 또 장비(삼국지 속 유비의 의형제) 아니겠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가 그럴 아무런 이유가 없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장비’로 불렸는데 이 같은 수식어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제 마음이 평화롭고 홀가분하다. 편하게 다 이야기할 수 있고 (검찰) 조사도 그렇게 임할 것”이라며 “예전 조사 때는 그런 (보호) 책임감을 가졌다면 이젠 사실만 갖고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이 대표와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닫았지만 더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검찰 수사에서 김 부원장 요구로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준비과정에서 남욱 변호사에게 8억4000여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최종적으로는 6억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가 준 돈 중 1억원은 자신이 사용했고, 나머지 1억원은 지난해 9월 대장동 비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김 부원장이 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은 금품 수수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물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곤란해지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물음엔 “그건 상관없다. 곤란하고 안 곤란하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정치가 어떻게 흘러가고, 누가 되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