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V리그 복귀전, 男 명가재건 매치… 본격 레이스

입력 2022-10-25 05:05
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남녀부 1위팀들이 개막전에서 나란히 승리하면서 도드람 2022-2023 시즌 V리그의 본격 겨울 레이스가 시작됐다. ‘우승후보’들의 아성이 견고했고, 이들의 진격을 막기 위한 도전자들의 출격 대기 중이다. 김연경의 흥국생명은 25일 페퍼저축은행을 만나고, 남자부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은 ‘명가 재건’ 매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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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후보의 증명

지난 시즌 V리그 남녀부의 ‘거인’들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여자부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3대 0(25-12, 25-18, 25-20)으로 완파했다. 승리까지 8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괴물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 V리그 두 번째 시즌에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다. 야스민은 미디어데이에서 “(컨디션이)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며 “비시즌에 웨이트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말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지난 시즌 초반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체중 및 체지방이 많이 나갔는데, 올 시즌은 지난 시즌 마무리할 때 수준에서 시작한다”며 “첫 시즌에는 한국 배구에 적응하고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좋은 컨디션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스민은 첫 경기에서 서브득점 3개, 블로킹 1개 등을 포함해 19점(공격성공률 39.47%, 공격효율 34.21%)으로 경기 최다 득점을 올렸다. 지난 시즌 첫 경기(IBK기업은행전 3대 1 승리)에서 43점을 퍼부으며 원맨쇼를 펼친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지만, 한 세트를 덜 치른 데다 공격점유율도 약 10% 포인트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여전한 공격력이다.

팀 주축 선수들의 국가대표 차출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었음에도 현대건설은 ‘조직력’ 우려를 날렸다. 이다현은 공격점유율이 7.07%밖에 안 됐지만 9득점(서브득점 3개, 블로킹 3개)을 올렸고, 유효블로킹도 6개로 양팀 최다였다. 황민경도 6득점을 보탰고, 리베로 김연견은 환상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양효진과 고예림 역시 각각 12점, 11점을 보탰고, 세터 김다인은 공격진을 지휘하며 팀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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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3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도 이날 계약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개막전에서 KB손해보험을 3대 1(25-21, 26-24, 25-16, 25-16)으로 꺾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이수 6개월 만난 대결에서 기싸움에 승리했다.

대한항공은 쌍포 링컨과 정지석이 각각 19점, 12점으로 공격을 이끈 가운데, 미들블로커 김규민 김민재 ‘트윈 타워’도 각 10점을 책임지며 맹활약했다. 김규민과 김민재는 각각 공격성공률 및 효율에서 85.71%, 87.5%를 기록했다.

KB손해보험은 ‘말리폭격기’ 노우모리 케이타의 빈자리를 니콜라 멜라냑이 대신했지만 다소 아쉬웠다. 니콜라는 20점으로 경기 최다 득점을 했지만, 범실을 10개로 공격효율이 12.2%에 불과했다. 에이스 김정호마저 공격효율이 18.18%에 그치면서 쌍포가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여자부의 또 다른 우승후보 GS칼텍스도 23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3대 0(25-19, 25-22, 25-18)로 완승을 거뒀다. 모마가 18점, 강소휘가 9점, 권민지가 7점을 내며 공격을 주도했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범실에서 GS칼텍스(12개)보다 2배 이상인 25개를 기록하며 자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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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V리그 복귀전

‘월드클래스’ 김연경은 V리그 복귀전을 치른다. 흥국생명은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페퍼저축은행과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권순찬 감독의 V리그 여자부 데뷔전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6위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합류로 ‘사실상 외국인 선수 2명’이라는 평가다. 검증된 외인 옐레나 므라제노비치(OP)와 김연경의 쌍포 호흡은 당사자들도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고 있다. 권 감독은 “김연경 효과는 120%”라며 코트 안팎에서의 존재감을 높이 샀다.

V리그 최초의 1만 디그 리베로 김해란은 출산 후 복귀했던 지난 시즌보다 이번 시즌 체계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컵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김다은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미들블로커 이주아도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다만 코트를 진두지휘할 세터는 아직 물음표다. 박혜진이 무릎연골 파열로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김다솔, 박은서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세터들이 공격수들의 타점에 맞는 빠르고 정확한 토스를 올려줄 수 있을지가 권순찬식 ‘스피드 배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V리그 2년 차 페퍼저축은행은 1라운드 시작부터 흥국생명(25일)-현대건설(28일)-GS칼텍스(11월 2일)로 이어지는 지옥의 3연전이 대기하고 있다. 3연전 상대팀은 올 시즌 ‘3강’으로 손꼽힌다.

페퍼저축은행의 여건이 좋진 않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데 팀 핵심인 이한비, 하혜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새로 영입한 베테랑 이고은, 브라질리그 득점왕 출신인 니아 리드 등 새로운 얼굴들이 활력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 또 신인드래프트 최대어인 미들블로커 체웬랍당 어르헝이 프로에 빨리 적응하는 만큼 김형실 감독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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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재건 매치

같은 날 남자부에서는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명가재건’ 매치가 펼쳐진다. 두 팀은 V리그 최고 명문이자 라이벌이었다. 삼성화재는 V리그 출범 이후 정규리그 1위 7회, 챔프전 우승 8회, 통합우승 5회를 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1위 5회, 챔프전 우승 4회, 통합우승 1회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좋지 않다. 두 팀은 지난 2시즌 6·7위를 번갈아 했다. 2020-2021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이 6위, 삼성화재가 7위를 했고 2021-2022 시즌에는 삼성화재가 6위, 현대캐피탈이 7위를 했다. 자존심에 금이 간 두 팀은 명가 재건을 다짐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김상우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화재 창단멤버이자 현역 시절 삼성화재 9연패(겨울리그 8회, V리그 1회)의 주역인 레전드의 귀환이다. 김 감독은 부임 후 우리카드와의 5대 3 트레이드를 통해 미들블로커 하현용, 세터 이호건·홍기선, 아웃사이드히터 류윤식, 리베로 이상욱을 데려왔다. 하현용은 코트 위 리더로서 역할이 기대되고, 황승빈의 빈자리는 노재욱이 책임져야 한다. 외국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삼성화재의 지명을 받은 아흐메드 이크바이리의 활약도 지켜봐야 한다.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의 3연속 통합우승을 저지할 유력한 대항마로 여겨진다. 국내 대표 아포짓스파이커 허수봉이 건재하고, 미들블로커 최민호와 리베로 박경민, 아웃사이드히터 전광인 모두 국대 라인업이다. 특히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부재로 애먹었던 현대캐피탈은 검증된 외인 오레올 카메호가 7시즌 만에 합류해 안정성을 더했다. 최태웅 감독은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의 조화를 이뤄서 이번 시즌 재밌는 경기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만 주전 세터 김명관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한 점이 아쉽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