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마다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한 물밑작업에 나섰다. 전기를 많이 쓰는 수도권의 전기요금은 올리고, 발전소 인근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추는 식이다. 다만 수도권 지역의 반발, 중복지원 등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위)는 지난 19일 ‘시장원리에 입각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방안 연구’를 용역 발주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연구는 진행됐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용역 발주는 처음이다.
균형위는 원자력발전소 등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서 환경오염,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생산지와 소비지가 같은 전력요금체계를 적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균형위는 지역 간 송전으로 인한 전력손실비용도 언급했다.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기요금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균형위는 제안요청서에 “전력사용량 수도권 집중에 따른 적정 비용을 고려해 시장원리에 입각한 지역별 차등 전력요금제 도입을 연구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10년 넘게 논의된 사안이다. 그러나 전기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과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입장 등으로 도입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기요금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다시 정치권 등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현재 전력의 공급과 수요가 (지역적으로) 불균형이다 보니 전력 생산비와 운송비가 과하게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산업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도입 추진 시 수도권 지역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 제도는 주로 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충남·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판단으로 지어진 발전소 주변의 피해를 왜 대도시 수요자가 떠안아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발전소 주변 지역주민에 대한 중복 지원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이미 이들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보조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내에서도 요금을 어떻게 차등화할 것인지 기준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낮은 지역의 요금상승 가능성, 합리적 지역 구분기준 마련, 전기요금 정상화 등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신재희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