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시진핑 3기에 ‘패닉셀’… 지수만 6% 급락

입력 2022-10-24 17:27
홍콩 도심에서 지난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연설 생중계가 건물 전광판을 통해 상영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 증권시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를 출범하고 첫 거래일인 24일 6% 넘게 급락했다. 이는 홍콩 항셍지수만의 낙폭으로, 주요 빅테크 기업의 주가는 11% 넘게 폭락했다.

항셍지수는 이날 6.26%(1015.3포인트) 하락한 1만5195.79에 마감됐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종목별 낙폭은 지수를 상회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은 11.49%, 플랫폼 기업 바이두는 12.53%, 미디어·콘텐츠 기업 텐센트는 11.25%씩 폭락했다.

중국 본토 기업 중 홍콩증시 상장사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7.3%(402.96포인트) 급락한 5114.48에 마감됐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는 2.02%, 심천종합지수는 1.76%씩 밀렸다.

홍콩증시의 급락은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사실상 시 주석의 ‘1인 집권’ 체제를 확정해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콩 킹스턴증권 연구책임자 디키 웡은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홍콩증시에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지도부 개편, 미국과 긴장이 투자심리를 끌어내리고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3분기 경제지표에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국내총생산(GDP)과 다르게 저조한 내수·수출도 홍콩증시의 불안을 키운 요소로 꼽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3분기 GDP를 87조269억 위안(약 1경7200조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보다 3.9% 늘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3.4%를 제시했다. 국가통계국에서 발표된 숫자는 이런 전망치를 모두 웃돌았다.

하지만 9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2.5%에 그쳤다. 9월 수출은 5.7% 늘어 전월(7.1%)보다 1.4% 포인트 내려갔다. 지난달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미흡한 숫자가 확인됐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