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이 24일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남하하면서 우리 해군 함정이 경고사격을 실시하고, 공군 전투기가 출격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오히려 남측 호위함이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선박에 사격을 가했다면서 적반하장의 행태를 되풀이했다.
북한 상선의 기습적인 NLL 침범과 관련해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파악하는 동시에, 남측 대응을 빌미 삼아 국지적·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명분쌓기용 덫’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3시42분쯤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 지점에서 북한의 5000t급 상선 ‘무포호’가 NLL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사격 등 퇴거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북한 상선이 NLL을 침범한 것은 2017년 1월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우리 군은 무포호가 NLL을 넘기 전후로 두 차례에 걸쳐 경고통신을 보냈다. 그러나 무포호는 이를 무시하고 NLL 남쪽 3.3㎞ 지점까지 남하했다.
우리 군이 M60 기관총으로 두 차례에 걸쳐 각 10발씩 모두 20발 경고사격을 가한 후에야 무포호는 항로를 변경했고, 침범 40여분 뒤인 오전 4시20분쯤 NLL 이북으로 올라갔다.
우리 군은 우발 상황에 대비해 해군 호위함 등 함정 여러 척과 공군 KF-16 전투기 등 초계전력을 출격시켰다. 인근 도서에 주둔 중인 해병대 전력도 대비태세를 갖추고 상황을 주시했다.
우리 함정은 무포호에 1㎞ 거리까지 근접했으며, 북한 측은 ‘북측 해역에 접근하지 말라’는 내용의 이른바 ‘부당통신’(군 당국이 인정하지 않는 부당한 통신)을 발신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한군은 NLL 침범 상황이 종료된 이후인 오전 5시14분쯤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해상완충구역 북방으로 방사포 10발을 쐈다. 또다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이어, 북한군 총참모부는 오전 6시 7분쯤 대변인 명의 발표를 통해 방사포 발포는 남측 호위함이 선박 단속을 구실로 해상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경고사격을 한 데 대한 대응조치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 군사분계선은 NLL보다 최대 6㎞ 남쪽에 북한이 임의로 설정한 선으로, 남측과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개념이다.
북한 상선의 NLL 침범(오전 3시42분)부터 방사포 사격(오전 5시14분), 이후 총참모부 발표(오전 6시 7분)에 이르는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시나리오’에 따라 의도적 도발을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NLL을 침범한 무포호가 1991년 9월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시리아로 향하다가 미국·이스라엘 등의 감시에 걸려 미사일을 인도하지 못한 채 귀항한 배와 명칭이 같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