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인건비 빼돌린 교수…“학교에 배상 해야”

입력 2022-10-24 16:36

전직 국립대학교 교수가 학생 연구원인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연구비(인건비)를 일부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산학협력단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데 이어 학교 측에 손해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김지후)는 인천대 산학협력단이 전직 교수 A씨(56)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7억5000만원을 인천대 산학협력단에 지급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재직 당시인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과제 20여개를 맡아 진행하면서 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개발비를 신청해 받고 사용하는 업무를 총괄했다. 그는 학생 연구원인 대학원생들이 인건비를 받을 은행 통장과 체크카드도 모두 걷어 직접 관리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그는 연구비 일부만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돈은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식으로 5년간 대학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받아 가로챈 대학원생 48명의 연구비는 모두 6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절반인 24명은 연구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유령 연구원’으로 연구비를 많이 수령하기 위해 서류상 이름만 올린 인원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공구 도소매 회사 대표와 짜고 각종 연구재료를 산 것처럼 꾸며 대학 산학협력단으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검찰은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자 항소했고, 2심에서 감형돼 징역 3년 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대학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파면됐다.

학교 측은 1심 선고 직후인 지난해 2월 A씨를 상대로 총 7억50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A씨가 가로챈 학생 연구비와 연구 재료비를 합친 8억1000만원에서 그가 학교에 반환한 6000만원을 뺀 금액이다.

그러나 A씨는 재판에서 “내 행위로 인해 학교가 (연구비) 환수 처분이나 제재금 부가 처분을 받지 않았다”며 “학교가 제재금을 내지 않았는데 나한테 배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반면 인천대 측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A씨는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국민일보DB

재판부는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학교는 A씨의 불법 행위에 속아 학생연구비와 연구재료비를 지급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며 “A씨의 기망 행위로 인한 피해자는 인천대 산학협력단이고 그 손해와 인과관계도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인천대 산학협력단이 청구한 금액은 A씨의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손해다. 앞으로 받을 (연구비) 환수 처분으로 인한 구상금이 아니다”라며 “인천대 산학협력단은 A씨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인천대 산학협력단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과실만큼은 자신이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금액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학교 측의 부주의를 이유로 고의적인 기망 행위를 저지른 A씨의 책임을 줄여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