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0원 보상,안 받겠다”…카카오에 뿔난 대리기사들

입력 2022-10-24 16:31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 등 4개 단체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에 손실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단체 측 제공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피해를 본 대리기사들이 카카오가 제시한 보상금 4260원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균 피해액이 17만8000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현실성 있는 보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 4개 대리운전 노동자 단체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사례 접수 결과를 공개했다.

단체에 피해를 신고한 대리기사 382명의 평균 영업손실은 17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카카오는 지난 20일 프로서비스 유료 이용 대리기사들에게 4260원을 포인트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보상금 4260원은 월 2만2000원인 유료 서비스의 6일치 이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무료서비스 이용 기사들에 대한 보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단체는 이 보상안에 강력 반발했다. 보상액이 실제 발생한 손실보다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회견문에서 “카카오가 장애를 일으킨 90시간 동안 카카오를 기반으로 일감을 중개 받으며 생계를 영위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난데없는 실직 사태를 겪었다”며 “정신적 피해보상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일실 수입조차 보장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단체가 집계한 피해사례 91.1%에 해당하는 348명은 영업손실이 불어난 이유로 ‘일을 배정받지 못해서’를 지목했다. 이 외 25명(6.5%)은 ‘업체나 고객과 연락이 불가능해서’라고 호소했다.

특히 IT 기기에 둔감한 고령층 종사자를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 단체가 소개한 대리기사 A씨의 경우 카카오 서비스의 먹통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당시 휴대전화 전원을 켰다가 끄기를 반복하며 도로 위에서 새벽 3시까지 기다렸다. 동료들과 소통하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 잠잠했지만 앱에 이상이 있다는 생각은 못 했다고 한다.

이 단체들은 카카오가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리기사에게 포인트로 보상하기로 한 4260원을 거부하기로 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콜의 도착지와 출발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카카오맵이 연동되지 않아 고객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먹통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 오류에 대한 사고 안내 및 대응방안 매뉴얼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조기두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부위원장은 “카카오T모빌리티를 기반으로 생계활동을 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앱 마비로 호출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며 “유·무료 서비스 여부를 나누지 않고 카카오T모빌리티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리운전노동자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 불로 현재 카카오톡, 카카오 택시,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카카오의 서버가 있는 경기도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6층에 지하 4층 규모(연면적 6만7000여㎡)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업무시설이 입주해 있다.

이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해 대중교통·결제·게임·검색 등 카카오 핵심서비스가 주말 이틀에 걸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카카오맵, 카카오내비, 카카오버스, 카카오지하철, 카카오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다음을 포함한 카카오 계열 서비스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