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20% 감원, TSMC 10% 투자감축… 반도체 혹한기 ‘몸집 줄이기’

입력 2022-10-24 16:16 수정 2022-10-24 16:35

인텔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혹한기가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은 몸집 줄이기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인텔이 다음 달에 수천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리해고를 발표할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인력 감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다음 달 1일 발표한다고 공지했다고 IT매체 CRN이 전했다. 겔싱어 CEO는 “인력 감축은 언제나 힘든 결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수익은 낮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원 감축은 영업, 마케팅 등을 중심으로 약 20% 수준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침체로 PC 수요가 줄면서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인텔은 올해 2분기 4억54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50억 달러의 순이익을 거뒀었다. 실적 악화로 인텔 주가는 1년 사이 50% 가량 추락했고, 주주들은 인원 감축과 재무구조 개선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인력 감축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과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과 고용 창출을 목표로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지원법을 마련했다. 인텔은 이 법의 수혜를 받는 대표적 기업이다. 겔싱어 CEO도 “미국인을 위한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반도체지원법 통과를 호소했었다.

반도체지원법에는 인력 채용과 관련해 단서 조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에 지나치게 퍼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부장관은 지난 9월 “지원법은 기업을 위한 백지수표가 아니다”면서 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으면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만 TSMC가 올해 투자를 10% 축소하기로 했다. TSMC는 올해 7월 400억 달러로 예상했던 투자 금액을 360억 달러로 낮췄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 등으로 주요 IT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는 게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장비 공급이 늦춰지면서 투자의 일부는 내년으로 연기됐다는 점도 반영했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전체 산업은 쇠퇴하지만 TSMC는 2023년에도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투자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감소해 재고를 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사장은 “그동안 삼성전자는 불황에 투자를 줄이고, 호황에 늘리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시황에 상관없이 꾸준히 투자를 이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