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신 페스티벌 “장르가 아닌 예술가의 관점 주목한다”

입력 2022-10-24 12:40
지난 2010년 페스티벌 봄에서 ‘죽은 고양이 반등’를 선보였던 연출가 크리스 콘덱은 옵/신 페스티벌에서 더블럭키 프로덕션을 통해 시네마 렉처 퍼포먼스 ‘트루 유’를 공연한다. courtesy of the artist

연극 ‘자연빵’은 지난해 신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뒤 올해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 2022’에 초청되며 극작·연출·출연을 전담한 전윤환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전윤환의 비트코인 투자기를 무대로 옮긴 1인 다큐멘터리극으로 본인의 실제 경험과 허구의 경계가 뒤섞여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기본 콘셉트는 전윤환이 극 중에서도 밝혔듯 2010년 김성희 예술감독이 이끌던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에서 선보인 크리스 콘덱의 ‘죽은 고양이의 반등’에서 가져온 것이다.

2007년 스프링 웨이브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페스티벌 봄은 이듬해 이름을 변경한 뒤 2016년까지 운영됐다. 당시 국내에선 낯선 포스트 드라마 연극이나 렉처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며 젊은 예술가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젊은 예술가들 가운데 스스로 페스티벌 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페봄 키드’로 지칭하는데, 이들은 렉처 퍼포먼스나 포스트 드라마 연극 형식을 즐겨 사용한다. 전윤환의 ‘자연빵’ 역시 포스트 드라마 연극의 일종인 자기 서사 다큐멘터리다.

김성희 옵/신 페스티벌 예술감독. 국민일보 자료사진

김성희 감독이 2020년 새로 만든 ‘옵/신 페스티벌’은 페스티벌 봄을 잇는 축제로 다원성이 특징인 동시대 예술을 다룬다. ‘장(Scene)을 벗어난다(Ob)’는 축제의 이름처럼 장르 구분과 같은 기존의 경계에 갇히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다만 페스티벌 봄이 국제적 조류 소개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옵/신 페스티벌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시대 예술의 발굴하고 제작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3회째인 올해 옵/신 페스티벌이 오는 30일부터 11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촌공간 서로, 대학로극장 쿼드, 문래예술공장, 아트선재센터, 일민미술관, 김희수아트센터 등 8곳의 문화예술공간에서 총 28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지난 18일 서촌공간 서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옵/신 페스티벌은 연극, 무용, 미술, 영상, 뉴미디어를 가로지르며 장르나 표현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혁신적인 예술을 선보인다”면서 “단순 초청만이 아니라 옵/신 페스티벌이 해외 축제 및 극장과 공동으로 기획하거나 제작한 작품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의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연출가 오카다 도시키의 신작 ‘뉴 일루전’도 이번 옵/신 페스티벌에서 선보인다. (c)정중엽

옵/신 페스티벌은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비엔나 페스티벌처럼 세계 예술계에서 가장 아방가르드한 축제를 지향한다. 올해 선보이는 작품들은 △인간중심의 사유에서 벗어난 새로운 예술적 형식 △후기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성찰 △기술 과잉 시대에 기술에 대해 던지는 비평적 관점 △전통과 신화로부터 찾는 미래의 가능성 △장르와 장르, 실제와 가상, 극장과 미술관을 교차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성희 감독은 “장르보다는 예술가들의 관점에 주목해 혁신적인 담론과 형식을 제시하는 작품들로 프로그래밍했다”며 “기존의 장르 구분이 아닌, 예술가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점을 더욱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옵/신 페스티벌에는 일본의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연출가 오카다 도시키, 스웨덴 출신의 안무가 마텐 스팽베르크, 모로코 출신 안무가 보슈라 위즈겐,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영국 미술가 티노 세갈, 프랑스 영화감독 에릭 보들레르 등의 작품이 공연장과 전시장, 스크린에서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된다. 그동안 옵/신 페스티벌을 통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한국 작가 김보용, 서현석, 임고은 등의 작품도 이번에 다시 만날 수 있다. 특히 ‘죽은 고양이 반등’의 연출가 크리스 콘덱이 결성한 독일의 더블럭키 프로덕션은 시네마 렉처 퍼포먼스로 신작 ‘트루 유’를 공연한다.

김 감독은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 등 세계 예술축제 관계자들이 옵/신 페스티벌에 온다”면서 “아시아의 현대 예술을 발굴하고 싶어하는 전 세계 관계자들과 아시아의 예술가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