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신청자·캐피탈사 속이고 25억 ‘꿀꺽’…중개업자 구속

입력 2022-10-24 11:23

화물·특수차량 구입을 위해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과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할부금융회사(캐피탈사)를 모두 속이고 중간에서 돈만 가로챈 중개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씨(46)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캐피탈사 5곳과 대출신청자 25명을 속이고 약 25억7000여만원의 대출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캐피탈사 5곳과 대출 위수탁 약정을 맺고 화물·특수차량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의 대출을 중개해줬다. 피해자들이 A씨의 중개점에 대출을 신청하면 A씨가 중간에서 캐피탈사에 대출을 신청하고, 대출이 승인되면 다시 A씨의 중개점으로 대출금이 지급되는 구조였다.

중개점이 대출 관련 업무 전반을 처리하다보니 캐피탈사가 담보물을 확인하는 절차는 다소 허술했다. 서류만 제대로 갖춰졌다면 대출이 대부분 승인됐기 때문이다.

비싼 차량을 구입하기 위한 고액의 대출 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캐피탈사가 담보물(차량)을 확인했지만, 이마저도 사진을 통해서만 확인 작업이 이뤄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만약 차량 사진이 필요할 경우 A씨는 교통사고·화재로 폐차 직전인 차량들을 저렴하게 구입해 다른 번호판을 붙여 대출을 받았다. 1600만원에 구입한 차량을 담보로 1억7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A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대출신청자 25명을 속이고 캐피탈사 5곳으로부터 25억7000여만원의 대출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대출 관련 독촉을 하면 A씨는 할부금 일부를 대납해주거나 “화물차량의 영업용 넘버를 받는데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라”라면서 시간을 지연시켰다.

가로챈 대출금은 다른 대출 계약자의 대출금을 돌려막는데 사용하거나 휴대전화 게임 아이템 구매, 여가 및 생활비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에게 대출을 신청한 피해자들은 코로나19로 생계가 힘들어지면서 운수업에 뛰어든 사람들이거나 화물운수업에 종사해 온 개인사업자들로 파악됐다. 이들은 4000만원에서 최대 1억6000만원까지 대출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차량도 이전받지 못하고 대출금도 받지 못했지만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할부금을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피의자에게 대출을 받도록 유인한 모집책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관련 사건이 계속 접수되고 있는 만큼 추가 피해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