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직원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국이 직접 착용했던 모자를 판매한다며 올렸던 글이 논란이 된 가운데 해당 모자가 경찰에 유실물 신고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지난 23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국이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외교부에 찾은 지난해 9월 14일 당시 놓고 간 모자에 대한 외교부 직원의 신고 내역은 없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습득물(모자)에 대한 신고는 LOST112(유실물종합관리시스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제출했다. LOST112는 지구대나 파출소 등 경찰관서와 유실물 취급기관(우체국, 지하철 등)에 신고된 모든 습득물을 등록·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17일 중고거래 사이트 ‘번개장터’에는 ‘BTS 정국이 직접 썼던 모자 판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판매자 A씨는 지난해 9월 모자를 습득했다면서 “BTS가 외교관 여권 만들러 여권과에 극비 방문했을 때 대기공간에 두고 간 것”이라며 “분실물 신고 후 6개월 동안 찾는 전화나 방문이 없어 습득자가 소유권을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모자 가격을 1000만원으로 정하면서 “BTS 정국이 직접 썼던 모자로 꽤 사용감이 있는 상태”라며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고 했다. 그와 함께 주장의 근거로 외교부 공무직원증 사진을 함께 올렸다. 공무직원은 공무원을 보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민간인 근로자로 공무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씨 글에 대해 소유권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 논란이 일었다. A씨는 논란이 커지자 글을 삭제했다. 그는 한 누리꾼과의 대화에서 “다른 분들이 공갈 협박해서 글을 내렸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BTS 멤버들이 지난해 유엔총회 참석차 여권 발급을 위해 외교부 여권과를 방문하긴 했지만 당시 분실물 기록대장에는 등록된 바 없다”며 “그때 정국이 모자를 놓고 간 것이 맞는지, 과연 그 모자가 BTS 정국의 모자인지, 게시글을 올린 직원이 과연 외교부 직원인지, 퇴직자는 아닌지 등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신고 내역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모자에 대한 A씨 소유권이 없다는 점과 함께 점유이탈물횡령 등의 범죄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유실물법에 따르면 ‘타인이 놓고 간 물건’을 습득한 사람은 7일 이내 경찰서에 신고하고 습득물을 제출해야 한다. 6개월간 실제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다만 습득자가 신고 없이 계속 습득물을 갖고 있는 경우 등에는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아도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 이 경우 유실물을 신고하지 않고 횡령한 것으로 판단돼 형법상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