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손자 ‘내일도 새벽기도회’ 가자고 했다”… 은혜드림교회, 기도회

입력 2022-10-24 00:21 수정 2022-10-28 22:06
경북 김천 은혜드림교회는 지난 21일까지 닷새간 특별한 새벽기도회인 ‘기도하고 밥 먹고 학교가자’를 진행했다.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식사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새벽기도회로 주일예배 참석 인원만큼 기도회에 함께 했다. 은혜드림교회 제공

하루만 갈 생각이었다. 이른 새벽 일어나 온 가족이 교회에서 기도하고 바로 출근한다는 걸 일주일 내내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다. 경북 김천 은혜드림교회가 지난 17일부터 닷새간 진행한 새벽기도회였다. 첫 날 아내와 6살 아들, 3살 딸과 함께 갔다. 기도회가 끝나면 교회 성도들이 마련해 준 따뜻한 아침밥을 함께 먹었다. 온 가족이 다 같이 아침을 먹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닷새 내내 기도회에 참석했다. 어린 아들이 “내일도 가자”는 말에 따라야 했는데 지난 21일 특별한 새벽 기도회가 끝나고 난 뒤 앞으로도 새벽기도를 가기로 결심했다.

이 교회 이종순 집사(56)가 전해준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의 지난 일주일 얘기다.
은혜드림교회(최인선 목사)는 교회 그레이스 채플에서 최근 ‘2022년 트리플 크라운’의 두 번째 프로젝트인 ‘기도하고 밥 먹고 학교가자’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식사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새벽기도회다. 17일에 시작해 21일 끝났다.

경북 김천 은혜드림교회가 지난 21일까지 닷새간 특별한 새벽기도회인 ‘기도하고 밥 먹고 학교가자’를 진행했다.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식사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새벽기도회다. 은혜드림교회 제공

1분이라도 더 눈 붙이고 싶을 새벽 6시 기도회인데도 엄마 등에 업혀온 갓난쟁이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기도했다. 기도회가 끝난 후엔 정성스럽게 마련한 아침밥을 함께 먹었다.

식사를 마치면 어른들은 일터나 집으로 갔고, 학생들은 학교 등교를 서둘렀다. 유치원에 가는 아이도 있었다.
이 집사는 “새벽 6시 기도회 참석을 위해 딸 가족은 한 시간 전부터 일어나 출근 준비하고, 유치원 등원을 준비했다”면서 “하루 만 참석하려던 사위는 아이들 성화에 닷새 내내 왔다”고 웃음을 지었다.

은혜드림교회는 코로나 기간 멀어졌던 교회와 가까워지자는 의미로 올해 "주님과 함께 교회를 가까이"라는 표어에 맞춰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이름으로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식목일인 4월 5일부터 5월 5일까지 31일간 ‘기도식목일’이었다. 자연을 위해 나무를 심듯 우리 영혼을 위해 기도를 심는 프로젝트로 21일(세 이레) 이상 개인적으로 교회를 찾아 기도하도록 했다.

이번 ‘밥 먹고 학교가자’ 새벽기도회는 두 번째 프로젝트로 창세기 26장 18절을 모토로 했다.
최인선 목사는 “코로나 후 회복을 이야기하는데 회복은 아프거나 망가졌을 때 쓰는 말”이라며 “창세기에서 이삭은 새 우물을 파지 않고 아버지 아브라함이 팠다가 블레셋 사람이 메운 우물을 다시 판다. 우리도 잠시 멈췄던 예배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도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경북 김천 은혜드림교회는 닷새간 특별한 새벽기도회인 ‘기도하고 밥 먹고 학교가자’를 진행했다. 3여전도회와 4남전도회는 기도회 기간 하루씩 아침 식사를 마련했다. 오른쪽 사진은 기도회에 참석한 가족들이 함께 아침밥을 먹는 모습. 은혜드림교회 제공

성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 부서는 특별한 새벽기도회를 위해 닷새 중 하루 씩 담당을 맡아 새벽 4시부터 아침밥을 만들었다. 이 집사가 속한 3여전도회는 마지막 날 식사를 마련했다. 메뉴는 어묵국과 소고기 불고기, 구운 김, 갓 담은 김치였다. 디저트는 청장년회에서 준비했다.

이 집사는 “한 사람도 늦지 않고 새벽 4시까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덕분에 식사 준비도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면서 “평소 아침밥을 먹지 않았는데 정성으로 만든 밥을 먹고 출근하니 든든하다는 분도 계셨다”고 전했다.

경북 김천 은혜드림교회는 닷새간 특별한 새벽기도회 ‘기도하고 밥 먹고 학교가자’를 진행했다. 기도회 후 교회는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는 성도들에게 빵 두유 등이 담긴 식사를 제공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디저트 코너에 공을 들였다. 은혜드림교회 제공

직장과 거리가 멀어 식사를 못하는 성도들을 위해선 빵 두유 삶은 계란 등 식사를 대신할 도시락을 제공했다. 한 명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기도회를 통해 최 목사와 성도들이 기대하는 건 또 있다. 교회하면 떠오르는 ‘기분 좋은 추억’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힘겨운 성도들에겐 잊었던 교회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 힘을 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회 부제는 ‘신앙의 추억만들기’다.

경북 김천 은혜드림교회가 닷새간 진행한 특별한 새벽기도회 ‘기도하고 밥 먹고 학교가자’는 취지에 맞게 학생들을 위해 4개 지역별 스쿨버스를 운영했다. 오른쪽 사진은 포토존 앞에서 가족 사진을 찍는 모습. 은혜드림교회 제공

기도회 취지에 맞게 교회는 학생들을 위해 4개 지역별 스쿨버스를 운영했다.
새벽기도회지만 다양한 추억거리도 추가했다. 영화제나 시상식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어 가족과 사진을 찍는 기회를 제공했고 새벽 찬양에 유치부 어린이들이 나서기도 했다.

최 목사는 “어릴 때 교회 다니면서 들었던 성경 말씀은 기억 못 하지만 교회 수련회 등은 추억이 된다. 성장해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그 추억이 힘이 될 수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집사도 “개인적으로 주일학교를 행복하게 못 다녔는데 마음에 새겨진 이 경험이 어려울 때 끄집어 내는 힘이 될 거 같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