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계열 SPL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끼임 사망 사고를 당한 이후 SPC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계열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론, 해당 브랜드들로부터 납품을 받는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업계까지 불매운동 영향권에 들고 있다.
23일 오전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 진열대엔 샤니와 삼립식품 등 SPC그룹 계열 빵이 종류를 가릴 것 없이 쌓여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A씨는 “평소 이 시간엔 빵이 거의 없는데 지금은 다 남아있다”고 말했다. 해당 편의점 주변 베이커리가 늦게 문을 여는 주말 아침엔 편의점 빵이 잘 팔리는 편이지만, 찾는 소비자가 크게 줄어 빵이 많이 남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해당 편의점은 최근 SPC 계열 제품의 발주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인근의 다른 편의점도 사정이 비슷했다. 직전 주말만 해도 SPC 관련 제품이 한두 개 빼곤 다 팔렸지만, 이날 빵 코너에선 빈 매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소비자들은 SPC 그룹 계열사 로고 등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엔 손님이 한 명뿐이었다. 카운터를 지키던 20대 여성 아르바이트생은 “아침에 출근해보면 전날 미처 팔리지 않아 쌓여 있는 빵이 늘어난 게 느껴진다”며 “(팔리지 않은 재고량이 이전의) 2~3배는 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소속 계열사나 SPC의 완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이 아닌 다른 식품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긴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패스트푸드 업계다. 제품에 들어가는 빵 등을 SPC에서 납품받고 있는 경우 불똥이 튈 수 있어서다. 한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최근 고객센터 쪽으로 햄버거용 번을 SPC에서 받느냐는 문의가 적잖이 들어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불매운동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사회초년생 신모(26)씨는 “SPC 계열인지 몰랐던 브랜드나 SPC에서 납품받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고 있다”며 “완제품을 불매하는 게 더 타격이 크다곤 하나 (유관 브랜드도) 최대한 불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매운동이 격화될 경우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보게 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매운동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옮겨붙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지난 20일 서울대 캠퍼스 곳곳에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대자보를 부착했다.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인 ‘가시’도 학내와 양재동 SPC 본사 앞에 불매 관련 대자보를 붙였다.
송경모 성윤수 신지호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