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부시(樂府詩) 중 ‘서문행(西門行)’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인데, 어찌하여 늘 천년의 근심을 품고 살려 하는가(人生不滿百 常懷千歲憂)”
‘악부(樂府)’란 중국 한나라 무제(武帝) 때 음악을 관장하는 관서의 명칭이었다. 한대의 악부에서는 중국 전역의 민간가요를 채집하거나, 새로운 악곡을 창작해서 연회나 제례 등의 궁정 오락이나 국가행사에 제공하는 일을 했다. 한대의 악부는 모두 노래가사였다. 이 노래들의 곡조는 없어졌으나 가사가 남아서 한대 민간 시가의 한부분을 이루었고 ‘악부시’의 기초가 되었다.
진시황은 천년만년 황제의 권세를 유지하지 못할까봐 근심하며 만리장성을 쌓았으나, 겨우 오십 평생을 살았고, 그의 후손의 권세도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명심보감’에서 ‘하늘은 복록이 없는 사람을 낳지 않고, 땅은 이름이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라고 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새까지 먹여주는 조물주는 사람을 아무 의미 없게 버려두지는 않는다. 그러니 천년 걱정은 물론 까닭 없는 내일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검찰은 연일 시퍼런 칼을 휘둘러대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연일 치고받고
미국과 중국은 연일 서로를 노려보고 있으며
수출은 연일 적자이고
주가는 연일 폭락 중이며
금리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고
가계부채도 덩달아 연일 폭증 중인데
물가마저 연일 급등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천년의 근심을 하루에 몰아서 하고 있는 형편이어라.
노동자는 연일 건물에서 떨어져서 죽거나 기계에 끼어서 죽고
전 직원이 하루아침에 해고 통고를 받기도 하며
자영업자는 월세를 내지 못해 연일 거리로 내몰리고
농부는 풍작 흉작 가리지 않고 줄어든 소득으로 시름하며
마약이 연일 창궐하고
보이스피싱은 연일 가면을 바꿔가며 선량한 사람 지갑을 털어가고 있음에도
정치는 말로만 민생일뿐 지들 싸움에만 열중하니
국민들은 천년의 근심을 하루에 몰아서 하고 있는 형편이어라.
이러니 어찌 천년 걱정을 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