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모두 8억47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남욱 변호사가 “돈은 내 사업체에서 나온 게 맞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부원장의 뒷돈 요구 이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내부 논의를 하면서 “돈이 나올 곳은 남 변호사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정황도 확보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 수요가 남 변호사의 여러 민원 사항과 맞아 떨어졌다고 보고 청탁이 전달된 범위와 검은 돈의 기착지를 확인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23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 부원장을 구속 후 처음으로 소환해 불법 자금 수수와 관련한 추가 조사를 벌였다. 앞서 검찰은 남 변호사의 자금 조성부터 김 부원장 전달까지 경로를 규명해 지난 22일 새벽 법원으로부터 김 부원장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김 부원장이 지난해 20억원 마련을 요구했다는 무렵 남 변호사가 운영하는 NSJ홀딩스(옛 천화동인 4호) 법인자금이 현금화 되는 과정, 이 회사의 자금 담당자인 이모씨가 액수와 시기 등 현금 지출 내역을 기록한 메모 등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부원장 요구 이후 유 전 본부장이 “돈이 나올 곳은 남 변호사밖에 없다”고 주변과 논의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소된 대장동 핵심들의 뇌물 조성 방식은 은행에서 미리 이체받아둔 화천대유자산관리 및 관계사의 법인자금이 가지급금 등 형식으로 현금화되는 형태였다. 검찰은 지난해 4~8월 4차례 김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되는 동안 민간 사업자 쪽에서 별다른 반발이나 저항이 없었던 점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시 박달동 탄약고 이전 등을 추진하던 남 변호사 측과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같은 청탁 정황은 자금의 공여 신빙성 자체를 높이는 한편, 향후 수사에서 자금 성격 판단이 ‘뇌물’로 바뀔 수도 있음을 뜻한다.
남 변호사가 조성한 현금은 종이상자에 담긴 5만원권 다발 형태로 준비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전달 장소로 지목된 한 아파트 주차장 차량 출입 기록도 확보했다. 유 전 본부장이 1억여원을 사용했고 김 부원장이 1억원을 돌려줘 실제 넘어간 돈은 6억원가량이라는 말도 있지만 검찰은 일단 불법 정치자금 총액을 8억4700만원으로 특정했다. 유 전 본부장과 김 부원장 간의 배분 행위는 일종의 사후 정황이며, 둘은 수수 공모 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정영학 회계사는 남 변호사 지시로 현금을 마련한 이씨에 대해 “남 변호사가 재산과 통장을 맡길 수 있는 정도의 사이”라고 최근 법정에서 증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인적, 물적 증거는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이형민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