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없이 수입한 제빙기 616대 압류… 법원 “위법, 돌려줘야”

입력 2022-10-23 15:44

제빙기 수입업자가 수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빙기를 압류당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제빙기는 수입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제빙기 압류처분을 취소해달라”며 A씨가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카페 등에 팔기 위해 2013~2020년 제빙기 8737대를 78회에 걸쳐 수입했다. 세관 당국은 2020년 7월부터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수입식품법)에 따라 수입업자를 대상으로 수입신고 여부를 조사했고, A씨가 제빙기를 신고 없이 국내로 들여온 사실을 적발했다. A씨는 당시 이미 8084대를 팔고 나머지 653대는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

서울식약청장은 A씨가 유통한 모든 제빙기를 회수·폐기할 것을 명령하고 2020년 11월 기준 창고에 남아있던 616대를 압류했다. A씨는 불복해 지난해 1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미 팔린 제빙기는 회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회수·폐기명령은 취소했지만 압류 처분까지 취소해달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A씨는 그해 8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수입식품법 시행규칙이 규정하는 ‘신고가 필요하지 않는 수입식품 등’에 ‘식품 등 제조·가공·조리·저장·운반 등에 사용하는 기계류와 그 부속품’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 사건 제빙기는 수입신고가 면제되는 ‘기계류’”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다. 얼음을 만드는 기계를 뜻하는 제빙기의 일반적 작동 원리상 제빙기는 동력을 써서 얼음을 제조·가공하게 되므로 ‘기계류와 그 부속품’ 정의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지침이 개정돼 현재는 이 사건 제빙기를 수입하는 데 신고 의무가 부과되지만, 2020년 12월 이전까진 산업통상자원부 ‘통합공고’에 이 같은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행정기관 스스로 수입신고 의무 부여를 누락했음에도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A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