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레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차환 발행에 실패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국내 대형 건설사가 보증하는 우량 사업장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BN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둔촌주공 PF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해 총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통상 재건축 조합 등 시행사들의 부동산PF에는 시공 건설사들이 보증을 선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시행사가 돈을 상환하지 못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건설사의 보증을 함께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부동산PF 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서울 대단지 재건축인 둔촌주공마저 PF 차환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올해 8월 NH농협은행 등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7000억원의 조합 사업비 대출 만기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조합은 시공단의 보증을 받아 ABSTB(만기 66일)를 발행해 사업비 대출을 대주단에 상환했다. 이때 발행한 ABSTB 만기가 28일이어서 차환 발행에 나선 건데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것이다.
조합에 보증을 선 시공단은 자체 자금으로 7000억원을 마련해 ABSTB 투자자에게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건설사별 보증액은 사업 지분에 따라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이다. 롯데건설이 이번 주 2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도 둔촌주공 PF 차환 실패에 대비한 자금 확보를 위해서였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대출 만기일인 28일까지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시도해본 뒤 여건이 되지 않으면 시공단이 사업비를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의 갈등으로 약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 17일 공사가 재개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