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여간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5조7000억원의 돈까지 벌어들인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경찰청은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 도박장소 등 개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씨(59) 등 20명을 구속 송치, 17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또 도박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은행 계좌를 분석해 범죄수익금 655억원을 특정하고 이들이 보유한 67억원 상당의 차명 부동산, 예금, 현금, 자동차 등을 찾아내 몰수·추징 보전했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고스톱, 바둑이 게임 등을 제공하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중국과 국내에 콜센터를 두고 회원들이 입금한 5조7000억원의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해외 총책 B씨는 2014년부터 국내 본사 영업 책임자 A씨, 자금세탁 책임자 C씨 등을 조직원으로 모아 도박사이트 운영, 통장 모집, 수익금 인출, 자금세탁 등을 분담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들은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이용하고 국내 콜센터 사무실을 수시로 옮긴 것도 모자라, 경찰 체포와 압수수색에 대비한 매뉴얼 형식의 행동요령도 공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프로그램 개발 및 서버를 관리·운용하는 중국 본사 아래에 국내 본사, 회원을 모집하는 총판, 회원에게 도박게임을 제공하는 매장 등을 두는 피라미드식 다단계 구조로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수익을 분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이들이 운영하던 도박사이트 16개에 대해 차단 및 불법 게임물 등록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및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아울러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은행계좌 236개의 거래정지 조치, 불법성인 PC방 61곳에 대한 행정처분을 관계기관에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조직적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는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고 범죄수익 환수를 병행해 불법 사이버도박을 근절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B씨 등을 쫓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지난 2011년 발생한 김제 마늘밭 110억원 은닉 사건의 주범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 중이다. 김제 마늘밭 사건은 마늘밭 주인 부부가 주범인 처남에게 받은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금 110억원을 땅에 묻었다가 적발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