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재명 회견, 재밌더라… 의리? 이 세계엔 없어”

입력 2022-10-22 04:55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1심 속행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뇌물 수수 등 의혹으로 재판 중인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8억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모든 의혹 총망라한 특검하자”는 이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 “굉장히 재미있더라”라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22일 검찰에 구속됐다.

유 전 본부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뒤 휴정 시간과 재판 이후 언론에 심경의 변화를 드러냈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과 수사 중인 혐의와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면서도 “앞으로는 법정에 나가서 내가 아는 사실 그대로 다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의혹을 부인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관련 특검을 요구한 데 대해 “재판 중에 잠시 기사를 봤다. 굉장히 재미있더라”라고 말했다.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나’라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그냥 회견 내용 전체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뇌물 수수 등 의혹으로 재판 중인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은 재판 후 일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냥 다 밝히고 잘못한 게 있으면 벌을 받는 게 맞다”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내가 좀 미련해서 숨길까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다른 속임을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회유 의혹은 적극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냥 법을 믿고 행동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회유당할 사람이 아니다. 협박 이런 거 안 통한다”며 “논리 전쟁하지 말고 진실 전쟁, 진실 그대로 가면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심경 변화 그런 게 아니다. 진실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지은 죄가 있다믄 그만큼 벌을 받고 남이 (지은 죄가) 저정도라면 그건 내가 가져갈 수 없는 거다. 그만큼 하려고 한다”고 했다.

과거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을 두고 ‘그때는 왜 그랬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유 전 본부장은 “의리? (웃음) 그런데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착각 속에 살았던 거 같다”며 “구치소에서 1년 명상하면서 깨달은 게 참 많다. 내가 너무 헛된 것을 쫓아다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번 의혹에 대해 “다 진실대로 가게 돼 있다고 생각한다. 양파가 아무리 껍질이 많아도 까다보면 속이 나오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분들이 그걸 바라실 거 같다. 그래야 이게 정리될 거 같다.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대가를 치르면 되고 억울한 사람도 생기면 안 되고 (누군가) 누명을 써도 안된다”고 했다.

또 건강이나 신변의 위협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언급에는 “‘자살 당한다’ 이런 말도 나오고 별말 다 한다. 인명재천 아니겠나. 그런 거 염려하지 않는다. 진실만 이야기하고, 다 끝나면 조용히 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