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못 찾은 ‘경산 능소화 절단사건’ 반전 근황 [팔로우업]

입력 2022-10-23 00:04 수정 2022-10-23 00:04

지난 5월 누군가 50년 된 경북 경산의 명물 ‘자인 능소화 나무’의 밑동을 자르고 달아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산 사건. 집주인 김철영 씨는 현수막까지 걸며 애타게 범인을 찾았지만, 범행 일자를 특정할 수 없고, 목격자도 없어 결국 미제 사건이 됐습니다. 이 사건을 팔로우업 했습니다.


매년 6월이 되면, 화사하게 만개한 능소화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활기가 가득했던 경북 경산 자인면의 한 적산가옥. 이 능소화 나무는 집주인 김철영 씨가 50년 전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어머니가 직접 씨를 뿌려 심은 겁니다. 몇 년 전부터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매해 기념사진을 찍는 동네 명물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철영 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집주인 김철영 씨) “동네 아는 형수님이 저는 모르는 분이 왔다 갔다 하다가 나무가 왜 이러지 하면서 보다가누가 잘랐는 것 같은데 그래갖고. 가보니까 완전 동강이 났는데, 붙여놔갖고 언뜻 보기에는 잘 모를 정도로...꽃이 필 때가 아니니까”


누군가 톱으로 밑동을 여러 차례 잘라 나무는 이미 앙상하게 말라죽어있었습니다. 경찰이 추정하는 나무가 잘린 시점은 대략 지난겨울, 꽃이 피지 않는 시점에 사건이 발생해 발견이 늦었습니다. 집 주변에 방범 CCTV가 없고 인근 옷 가게의 사설 CCTV는 보관 기간이 짧아 사건의 단서를 찾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뒤늦게 옷 가게 CCTV를 포렌식 업체에도 맡겨봤지만, 한발 늦었습니다.

(집주인 김철영 씨) “한 보름만 더 일찍 했으면 됐는데... 뒤늦게 막 알려지고 난 후에 포렌식을 하는 바람에 그냥 있는 거는 벌써 지워지고 없고” 그렇게 능소화 절단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미제 사건이 됐습니다.


현재까지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지만, 취재 결과 최근 경산시가 능소화나무 복원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경산시는 적산가옥 앞 능소화나무가 예전부터 경산 소식지에 여러 차례 실리고, 자인면의 요청으로 능소화 벽화 사업도 진행했던 만큼 지역 명소로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산시 관계자) “우리 자인 지역에 그런 건물이 몇 군데가 없습니다. 어떤 좋은 역사는 아니지만 역사적인 공간이고 해서 복원한다 그런 내용입니다.”


현재 경산시는 내년 봄 같은 자리에 능소화 나무를 심기 위해 비슷한 수령의 능소화 나무도 확보했습니다.

(경산시 관계자) “하양읍 가면은 묘목 단지가 있습니다. 똑같은 크기는 아니지만 좀 비슷한 걸로 지금 구매해놨습니다.”


집 앞에는 여전히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미제 사건이 됐지만 목격자나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면 재수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가족만큼이나 능소화를 아꼈던 시민들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쪽지와 함께 리본을 달아 놓았고, 이런 글귀도 남겨놨습니다. 집주인 철영 씨는 시의 계획에 따라 능소화 나무가 무사히 복원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집주인 김철영 씨) “사람들 와서 사진 찍고 가고 보고 웃고 그냥 그 모습이 좋은 거지... 아직까지도 범인을 못 잡은 게 답답하죠. 그래도 시에서 나무를 복원을 해준다니까...”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소문이 떠돌지만 증거가 없어 범인을 잡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범인이 근처에서 능소화를 지켜봐온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니, 그 역시 곧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를 다시 보게 될 겁니다. 그가 누구든 앞으론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과 재산을 함부로 해치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팔로우업]은 이슈에서 멀어져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사건의 최신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보도됐었는데 현재 어떤 상황인지 궁금한 이슈가 있다면 구독하고 댓글로 남겨주세요. 우린 과거 이슈가 됐던 사건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서하연 인턴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