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고,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에서 활동한 진보적 경제학자 정태인씨가 2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용인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2세.
고인은 지난해 7월초 쓰러진 뒤 폐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이후 뇌종양 등으로 수술과 입원, 퇴원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인은 노무현 정부 2년간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조실장과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실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다. ‘노무현의 제갈량’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한미 FTA 체결에 반대해 비판으로 돌아섰다.
이후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인 심상정 의원의 경선 준비 캠프에 합류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 2019년부터는 정의당 그린뉴딜경제위원회 위원, 2020년 총선공약개발단장으로 활동했다.
정태인은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평생 독립 연구자로 살았다. 민족경제학자인 박현채 전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를 스승으로 삼았으며, 주류 경제학과는 다른 진보적·협동적·생태적 경제학을 추구했다. 또 민주당의 경제 노선을 비판하며 보다 좌파적인 노선을 고수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원장과 ‘칼폴라니 사회경제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과 함께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여는데 앞장섰다. ‘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 등을 저술했다.
심상정 의원은 “평생의 동지 정태인 박사가 소천하셨다”며 “진보적 열정과 지적 헌신으로 살아 온 그의 삶을 기리며, 깊은 슬픔으로 애도한다”고 추모했다.
유족은 부인 차정인(화가)씨와 사이에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이며, 발인은 23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 추모공원(수목장)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